말 좀 생각합시다 51


 이야기꽃


  1998년부터 ‘강의’라는 일을 했습니다. 1998년 이해는 대학교를 다섯 학기째 다니고 그만둔 해이면서, 이런 배움끈으로도 얼마든지 이웃님 곁에 서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구나 하고 배운 해이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2017년 가을까지 ‘강의·강연’이라는 낱말을 그냥 쓰며 살았습니다. 이러다가 2017년 가을부터 제 나름대로 새롭게 생각하며 말을 써야겠구나 싶어 ‘이야기꽃’이란 낱말을 지었어요.


  강의나 강연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리는 으레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자리 같은 느낌이에요. 더 많이 배우거나 깊이 파고든 이가 뭔가 지식이나 정보를 쏟아내는 자리 같다고 할까요.


  저는 함께 배우고 느끼고 누리고 생각하면서 새롭게 하루를 되새기는 자리가 강의나 강연이라고 느낍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펴는 강의나 강연은 이런 모습하고는 좀 벗어나지 싶었습니다. 외곬로 흐르는 말이 아닌 서로 하는 말이요, 가만히 주고받는 말이기에, ‘이야기’를 펴서 생각을 북돋우는 자리가 되어야 알맞다고 할까요.


  그런데 그냥 ‘이야기’만 하는 자리가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북돋우는 자리일 터이기에, 꽃길처럼 눈부시게 피어나는 자리로, 생각이 꽃처럼 피어나고 마음을 꽃처럼 가꾸는 자리라는 뜻으로 ‘이야기 + 꽃 = 이야기꽃’이라 이름을 지어 보았습니다.


  한 사람만 떠드는 자리일 수 없는 강의입니다. 그러니 이야기꽃입니다. 여러 사람이 조용히 듣기만 하는 자리일 수 없는 강연입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불태우거나 북돋울 적에 아름다운 강의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즐기면서 마음을 키우고 거듭나도록 하면서 신나는 강연입니다.


  새롭게 길을 열기에 말을 새롭게 가꿉니다. 새말이란 새로운 꽃이라고 여깁니다. 새로운 말꽃이 바로 새말이지 싶고, 마음꽃을 피우려고 말을 짓고 돌보며 사랑합니다. 2018.4.1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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