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72. 내가 내고 싶어



  면소재지로 택시를 타고 가서 한표쓰기를 하던 날, 처음에는 큰아이가 앞자리에 앉아 택시삯을 내기로 한다. 큰아이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 길인가를 똑똑히 말하고, 내릴 적에 “얼마 내면 돼요?” 하고 묻는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작은아이가 앞자리에 앉는데 우리가 어디로 가는가를 말하지 않는다. 아까 탄 택시였기에 기사님은 우리가 갈 길을 아셨지만, 작은아이가 깜짝 잊었다. 그래도 내릴 적에 작은아이는 “얼마예요?” 하고 여쭙고는 제 지갑에서 택시삯을 꺼내어 치렀다. 택시 앞자리에 앉아 보면서 가는 길을 발하고 어깨띠를 두르고 삯을 내는 하루를 보내면서 새로운 살림을 배웠을까. 나도 어릴 적에 택시 앞자리에 앉아서 삯을 치른 일이 있었을까? 어렴풋이 떠오를 듯하기도 하고, 없었지 싶기도 하지만, 앞자리에 앉으면 어쩐지 어른스러워진다고 느꼈지 싶다. 아주 작은 걸음으로.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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