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6.9.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문익환, 사계절, 2018.5.18.



짐을 꾸린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촛불보기를 하고는 이것저것 챙기고서 몸을 씻는다. 일본 오사카에서 나흘째 지내며 전철은 어느 만큼 익숙하다. 택시도 잘 잡을 수 있다. 사카이역에서 칸사이공항으로 가는 특급열차도 표를 따로 끊어서 쓰는 길을 찾았고, 공항에서도 술술 결대로 흐른다. 고작 한 시간 하늘길이지만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를 편다. 문익환 어른 시집은 모두 읽었기에 낯익다. 다만 내가 아끼는 문익환 어른 시가 많이 빠졌다. 문익환 어른 백 돌을 맞아서 새로 엮은 시집을 누가 어떻게 엮었을까? 이 시집을 엮은 틀이나 잣대는 뭘까? 엮은이 말이 한 마디도 없으니 왜 이 시를 이 부피로, 또 이러한 흐름으로 엮었는지 알쏭하다. 1부 2부 3부 …… 같은 차가운 갈래가 아닌, 문익환 님이 시집마다 달리 붙인 이름을 알맞게 붙이는 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책끝에 네 사람이 군말을 붙이는데, 군말은 그저 군말 같다. 군말 아닌 새말을, 노랫말을, 꿈말을, 삶말을 붙여야 어울릴 텐데. 늦봄 어른은 꿈을 노래하는 길을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덩실덩실 춤추며 걸어가는 개구쟁이 같다고 본다. 이분 시가 얼마나 개구지면서 고운데, 이러한 결을 평론가도 소설가도 시인도 편집자도 잘 모르는 듯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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