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70. 옷을 입기



  내 옷차림을 두고 뒷말을 하는 사람이 있단다. 점잖지 않게 ‘나시에 반바지’를 입고 다닌다며 뒷말을 한단다. 그런데 나는 ‘나시’ 아닌 ‘민소매’를 입는다. 뒷말을 하는 분이 내 차림새를 따지려면, 맨발에 고무신을 더 따져야 할 테고, 치렁치렁 긴머리를 다시 따져야 할 테고, 나룻을 깎지 않는 얼굴을 또 따져야 할 테지. 거울을 안 보고, 겉모습을 살피지 않으며, 입성을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살림으로 나아간다. 속모습을 가꾸면서 마음밭을 살찌우고 옷짓기를 배우는 살림으로 나아가려 한다. 아무 옷이나 입지는 않되, 어느 옷이든 넉넉히 즐겁게 입는다. 무엇보다 사람은 틀에 박힌 차림새가 아니라, 생각을 새롭게 살찌우는 홀가분한 몸짓으로 살아야지 싶다. 점잔을 빼고 양복을 차려입고 자가용을 모는 겉모습을 보여야 일을 잘하거나 아이를 사랑하거나 어른다운 모습일까? 어른은 겉모습으로 따질 수 없다. 아이도 겉모습으로 읽을 수 없다. 우리는 모두 넋으로 다스리는 마음으로 삶을 짓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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