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68. 웃기다
하루 동안 어느 길을 어떻게 다녀야 하는가를 살피려고 밤늦게까지 헤아리고서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하루를 열고는 드디어 저녁에 길손집으로 돌아와서 밥 차리고 씻고 빨래하고 나니 온몸이 욱씬거린다. 이튿날 아침에 먹을 밥을 미리 장만하려고 작은아이랑 마을 가게를 돌아다녔는데, 일본돈으로 630엔을 치르면 되는 곳에서 10000엔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려 했다. 내 지갑에 1000엔짜리는 하나, 100엔짜리는 둘만 있어서 이튿날 쓸 생각으로 1000엔짜리가 더 있으면 좋겠다 싶어 5000엔짜리를 둘 내밀었더니, 내가 끝자리 0을 잘못 헤아렸더라. 그냥 1000엔 종이돈 하나만 내밀면 되었는데. 도시락집 일꾼은 끝자리 0을 잘못 셈한 이웃나라 사람이 매우 웃겼는지 도시락이 다 되어 내줄 때까지 웃음을 못 참네. 나는 오늘, 고단한 저녁에 누구를 웃겨 준 셈인가 하고 돌아본다. 그러나 온몸이 욱씬거리며 지치다 보니 셈하는 머리가 살짝 멈춘 셈이니, 우리 집 아이들도 하루를 옴팡지게 뛰놀아 다리힘이 다 풀리면 더 포근히 안아 주면서 일찍 자고 오래 쉬도록 달래 주어야겠다고 느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