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시렁 12


《작은 신부 작은 일기 1》

 강유선

 르네상스

 1994.10.5.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르네상스》를 얼마나 어렵게 보았는지 아직 생생합니다. 남학생이 《르네상스》를 기웃거리기만 해도 손가락질을 하고, 손으로 집어서 펴면 마치 못 볼 꼴을 보았다는 얼굴을 하더군요. 만화를 만화로 보려고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순정만화는 여학생만 보아야 한다고 여길까요? 왜 순정만화는 여성만 볼 만화로 다룰까요? 저는 일찌감치 명랑만화에서 순정만화로 돌아섰어요. ‘남학생만 보아야 할 만화’로 여긴 명랑만화는 줄거리가 엉성하기 일쑤였고 반공교육·체제선전·독재미화·어른공경·폭력으로 가득해서 영 보기 싫었습니다. 그렇다고 순정만화가 1980∼90년대에 홀가분하게 태어날 만하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줄거리가 있고 이야기가 흘러서 만화를 만화로 누리는 재미가 있었어요. 《작은 신부 작은 일기》가 낱권책으로 나와 매우 반가웠습니다. 어렵게 기웃거리던 만화를 ‘고등학교를 마친 터라’ 떳떳하게 낱권책으로 장만해서 마음껏 펼칠 수 있었거든요. 작은 신부가 된 아가씨가 살림이랑 배움길 사이에서 헤매면서도 씩씩하게 걷는 길이 예쁩니다. 사랑길하고 배움길을 나란히 걸으면 누구나 예쁩니다. ㅅㄴㄹ



‘아니, 아니. 선생님의 모습이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에요. 난 말이에요, 순간 선생님과 엮어갈 보이지 않는 앨범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것이 기뻐서 웃는 거랍니다. 찰칵! 찰칵! 소리는 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마음속에서는 많은 사진들이 찍혀지고 있거든요. 이것 봐요, 지금도 계속. 계속.’ (10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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