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62. 훔침질



  바늘을 훔치면 소를 훔친다. 씨앗을 훔치면 땅을 훔칠 테고, 푼돈을 훔치면 큰돈을 훔치겠지. 책을 훔친대서 훔침쟁이로 안 친다고도 하지만, 나는 달리 본다. 책을 훔쳐서 무엇을 배울까? 훔친 책으로 무엇을 익힐까? 갖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 책을 품을 수 있을 때까지 바지런히 땀을 흘려서 돈을 모으든, 아니면 그 책이 내 손에 들어오도록 일이나 심부름을 해야겠지. 아이는 어릴 적에 무엇을 보고 듣고 배워서 몸에 붙일 적에 아름다울까? 어른은 아이한테 무엇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가르쳐서 몸에 배도록 할 적에 즐거울까? 가볍게 한 짓은 나중에 늘 하는 짓이 된다. 가볍게 넘어가는 일은 나중에 언제나 넘어가는 일이 된다. 이와 맞물려 돌아보면, 훔침질에 맛을 들인 이는 자꾸 훔침질로 흐를 테지만, 배움길에 익숙한 사람은 나날이 새롭게 배우는 길을 씩씩하게 나설 터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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