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언젠가 큰아이가 물어요. “아버지는 어떻게 걸으면서 글을 쓸 수 있어?” “응, 아버지는 오랫동안 그렇게 하며 살았어.” 생각해 보니 걸으면서 글을 쓴 지 서른 해 남짓입니다. 걸으면서 책을 읽은 지도 이즈음 됩니다. 걸으면서 책을 처음 읽던 무렵, 걸으면서 글도 썼어요. 그리고 걸으면서 꿈을 꾸었고, 걸으면서 노래했습니다. 오래 걷는대서 다리가 아프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걸으면서 읽고 쓰고 꿈꾸고 노래할 적에는 오직 이 생각만 하느라 그저 이 생각에 사로잡혀서 즐겁게 걸었어요. 다 걷고 집으로 돌아오고 나면, ‘아 참 오래 많이 걸었네’ 했어요. 길그림책을 펴고 오늘 어디를 어떻게 걸었나 돌아보면 이렇게 길디긴 길을 신나게 걸었네 싶어 스스로 대견했어요. 오늘은 걸으면서 책숲집 소식종이를 접어서 봉투에 넣었습니다. 2018.5.1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