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58. 딸기꽃
딸기꽃이 퍼진다. 아니, 딸기넝쿨이 퍼져서 딸기꽃이 더 환하게 핀다. 풀이든 나무이든 내가 바라는 대로 덩쿨이나 줄기를 뻗어 준다. 내가 바라지 않는 풀이나 나무는 내 곁에서 자라지 못한다. 밥으로 삼는 풀이나 나무가 즐겁게 자라 주기도 하고, 밥으로 삼지 않더라도 바닥자리에 덮는 구실을 하는 풀이 자라 주기도 한다. 먹지 않는 대서 쓰임새가 없는 풀이란 없다. 훤칠하게 자란 풀은 알맞게 베어서 말리면 모깃불을 피울 적에 함께 태우면 재로 바뀌어 흙으로 돌아간다. 딸기넝쿨이 퍼져 딸기꽃이 한결 넓게 번지고, 아이들도 나도 곁님도 알게 모르게 딸기꽃내음을 맡는다. 한 해 두 해 천천히 번지는 딸기넝쿨처럼, 우리 배움길도 한 해 두 해 천천히 나아가는 걸음걸이로 피어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