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18.


《다이스케, 아스파라거스는 잘 자라요?》

오치 다이스케 글·그림/노인향 옮김, 자연과생태, 2018.4.23.



  아직 일본에서 나오지도 않은 책이 한국에서 먼저 나온다면? 으레 일본에서 널리 팔린 책이 한국에서 나오곤 하는데 《다이스케, 아스파라거스는 잘 자라요?》는 이런 틀을 확 깬다. 흙짓기를 하면서 틈틈이 그림그리기를 즐기는 일본 젊은이가 수수하게 적바림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갈래 이야기가 고이 흐른다. 하나는 그림을 그리며 배운 이야기, 다른 하나는 흙을 지으며 배운 이야기.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마음을 돌아보고, 흙을 지으면서 스스로 몸을 헤아린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이웃을 새로 바라보고, 흙을 지으면서 어느새 내 삶을 새로 느낀다. 아이들하고 순천마실을 다녀오는 시외버스에서 이 책에 사로잡힌다. 시외버스에서 퍼지는 할머니들 수다도, 시외버스 일꾼이 틀어 놓은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도, 내 귀에 꽂아서 들으려던 노래도, 책에 사로잡혀 하나도 안 들렸다. 마지막 쪽을 덮고서야 비로소 여러 소리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가만히 보면 그렇다. 우리는 여러 일을 함께 하면서 살아가면서 즐겁다. 나로 본다면, 아이들을 돌보고, 곁님을 지켜보고, 사전을 짓고, 책숲집을 가꾸고, 살림을 건사하고, 흙을 밟으며 풀을 만지고, 하늘숨을 쉬면서 바람맛을 읽고, 이 여러 가지를 아우르며 기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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