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함께 사전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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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낱말 가운데 45 낱말 뜻풀이가 얄궂다
― 아홉 살 함께 사전
 박성우·김효은
 창비, 2018.2.20.


  ‘어린이를 위한 관계와 소통 사전’이라고 하는 《아홉 살 함께 사전》(박성우·김효은, 창비, 2018)은 모두 여든 낱말을 다룹니다. 이를테면 ‘약속하다’라는 낱말은 “다른 사람과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하다”로 풀이하면서 “언니보다 많∼이 읽을 거야!” 같은 보기글을 붙입니다.

  ‘가까이하다·감싸다·거절하다’부터 ‘함께하다·헤어지다·화해하다’ 같은 낱말을 다루지요. 우리 삶터를 둘러싼 온갖 일을 마주하는 아이들이 이 책에 깃든 여든 낱말을 바탕으로 서로 어떻게 어우러질 적에 좋은가를 익히도록 돕는 길잡이책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앞서 《아홉 살 마음 사전》(2017)을 낸 적 있고, 이때에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를 고스란히 따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사전에는 돌림풀이하고 겹말풀이가 대단히 많습니다. 한국말을 한자말로 풀거나, 한자말을 한국말로 푸는 보기도 아주 많아요. 글쓴이는 앞선 책에서는 국립국어원 뜻풀이를 고스란히 따르면서 국립국어원 사전처럼 돌림풀이·겹말풀이에 갇힌 모습을 똑같이 보여주었습니다.

  글쓴이는 앞선 책하고 달리, 《아홉 살 함께 사전》에서는 국립국어원 뜻풀이를 고스란히 따르지 않습니다.

[겨루다]
국립국어원 : 서로 버티어 승부를 다투다
박성우 : 누가 더 나은가를 다투다

[돌보다]
국립국어원 :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
박성우 : 관심을 가지고 돕거나 보살피다

[함께하다]
국립국어원 : = 같이하다 (같이하다 : 1. 경험이나 생활 따위를 얼마 동안 더불어 하다)
박성우 : 경험이나 생활을 한동안 더불어 하다


  글쓴이는 여러모로 새롭게 뜻풀이를 붙여 보려고 힘을 기울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살펴보니 적어도 마흔다섯 낱말 뜻풀이가 얄궂다고 느낍니다. 이 책이 다룬 80 낱말 가운데 적어도 45 낱말 뜻풀이가 얄궂다는 소리입니다.

  이 책이 아이들한테 우리 삶터를 둘러싼 여러 모습을 찬찬히 비추면서 슬기롭고 아름답게, 무엇보다 ‘함께’ 가는 길을 밝히려 한다면, 다음부터 짚을 마흔네 군데뿐 아니라, 보기글도 다시 찬찬히 짚어서 바로잡거나 가다듬거나 손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까이하다] 친하게 지내다 (7쪽)
[감싸다] 약점이나 잘못을 덮어 주다 (9쪽)
[겨루다] 누가 더 나은가를 다투다 (13쪽)
[다투다] 서로 자기가 이기거나 앞서려고 싸우다 (29쪽)


  ‘가까이하다’를 ‘친하다(親-)’를 써서 풀이하는데, 그러면 ‘친하다’는 아이들한테 뭐라고 알려주어야 할까요? ‘감싸다’를 ‘덮어 주다’로 풀이하면 ‘덮어 주다’는 또 뭐라고 알려주어야 할까요? ‘겨루다’를 ‘다투다’로 풀이하고, ‘다투다’를 ‘싸우다’로 풀이합니다. 돌고 돌면서 뜻풀이가 끝나지 않습니다. ‘싸우다’란 다시 무엇일까요?


[끼어들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거나 참견하고 나서다 (21쪽)
[돌보다] 관심을 가지고 돕거나 보살피다 (37쪽)
[돕다] 일이 잘 이루어지도록 힘을 보태다 (39쪽)
[아끼다] 소중하게 여기며 보살피다 (103쪽)


  ‘끼어들다’를 한자말 ‘참견하다(參見-)’로 풀이하는데, 아이들한테 ‘참견’은 또 뭐라고 알려주어야 할까요? ‘돌보다’를 ‘돕다 + 보살피다’로 풀이하는데, ‘보살피다’는 무엇일까요? ‘돕다’하고 맞물리는 ‘거들다’는 어떻게 아이들한테 알려줄 만할까요? ‘아끼다’도 ‘보살피다’로 풀이하면서, ‘보살피다’가 참말 무엇인지 아리송하고 맙니다. 비슷한말은 찬찬히 묶어서 결을 다르게 쓰는 대목을 보여줄 수 있어야겠습니다.


[놀리다] 짓궂게 굴거나 흉을 보다 (27쪽)
[뭉치다] 힘이나 뜻을 하나로 모으다 (53쪽)
[미루다] 일이나 시간을 늦추거나 일을 남에게 넘기다 (55쪽)
[반대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르지 않고 맞서다 (63쪽)


  ‘놀리다’를 풀이하면서 쓴 ‘흉’을 아이들이 묻습니다. ‘흉’은 무엇일까요? ‘뭉치다’를 ‘모으다’로 풀이하면 ‘모으다’는 또 무엇일까요? ‘미루다’를 ‘늦추다’로 풀이하는데, ‘늦추다’를 아이들이 되물을 적에 이 책을 펴고서는 딱히 들려줄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한자말 ‘반대하다’는 한국말 ‘맞서다’로 풀이하는데, ‘맞서다’를 아이들이 물으면 이때에도 아이들한테 들려줄 말이 없습니다.


[떼쓰다] 들어주기 어려운 일을 해 달라고 고집하다 (47쪽)
[바라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다 (61쪽)
[우기다] 의견을 고집스럽게 내세우다 (119쪽)
[요구하다] 필요한 것을 달라고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해 달라고 하다 (115쪽)
[조르다] 끈덕지게 요구하다 (143쪽)


  ‘떼쓰다’를 ‘고집하다(固執-)’로 풀이하기에 ‘고집’을 또 뭐라 해야 하는지 어렵습니다. ‘바라다’를 한자말 ‘기대하다(期待-)’로 풀이하기에 이 대목에서도 헷갈립니다. ‘우기다’ 뜻풀이에 다시 ‘고집하다’가 나오니 ‘떼쓰다’ 뜻풀이하고 섞입니다. ‘요구하다’라는 한자말하고 ‘바라다’라는 한국말은 서로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그리고 ‘조르다’를 한자말 ‘요구하다(要求-)’로 풀이하기에 뒤죽박죽이 됩니다.


[배우다] 지식을 얻거나 기술을 익히다 (69쪽)
[부추기다] 남을 들쑤셔 어떤 일을 하게 만들다 (71쪽)
[부탁하다]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다 (75쪽)
[비꼬다] 마음을 상하게 할 만큼 비웃는 태도로 놀리다 (77쪽)


  ‘배우다’를 ‘익히다’로 풀이하면, ‘익히다’란 무엇일까요? ‘부추기다’를 ‘들쑤시다’라는 낱말로 풀이하기에, 다시 ‘들쑤시다’에서 막힙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게 만들다”는 일본 번역 말씨입니다. ‘만들다’를 ‘하다’로 바로잡아야겠습니다. ‘부탁하다’라는 한자말을 다른 한자말 ‘청하다(請-)’로 풀이하니, 새롭게 꼬입니다. ‘비꼬다’를 “비웃는 태도로 놀리다”로 풀이하니, ‘놀리다’라는 말을 아이들한테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삐지다] 서운하거나 기분이 나빠서 토라지다 (83쪽)
[숨기다]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남이 모르게 감추다 (101쪽)
[얕보다] 낮추어서 하찮게 보다 (109쪽)
[응원하다] 힘을 낼 수 있도록 북돋워 주거나 도와주다 (127쪽)


  ‘삐지다’를 ‘서운하다 + 토라지다’로 풀이하는데, 두 낱말 모두 알쏭합니다. 그리고 ‘삐지다·토라지다’는 돌림풀이입니다. ‘숨기다’를 ‘감추다’로 풀이하기에, 이때에도 돌림풀이입니다. ‘얕보다’를 ‘낮추다 + 하찮게 보다’로 풀이하기에 돌림풀이·겹말풀이예요. ‘응원하다’라는 한자말을 ‘북돋우다’라는 한국말로 풀이하니, 한국말 ‘북돋우다’는 다시 무어라고 해야 할까요?


[달래다] 기분이 좋아지게 어르거나 타이르다 (31쪽)
[위로하다]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슬픔을 달래다 (125쪽)
[전달하다] 말이나 소식을 알려 주거나 물건을 넘겨주다 (141쪽)
[참다] 애써 억누르거나 잘 견디어 내다 (151쪽)


  ‘달래다’를 ‘타이르다’로 풀이하니, ‘타이르다’에서 막힙니다. 더욱이 한자말 ‘위로하다’를 ‘달래다’로 풀이하기에 겹겹이 막힙니다. 한자말 ‘전달하다’를 ‘알려주다 + 넘겨주다’로 풀이하는데, 이럴 바에는 한국말 ‘알려주다·넘겨주다’를 알맞게 쓰도록 알려줄 적에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참다’를 ‘견디다’로 풀이하기에 새삼스레 돌림풀이입니다. ‘견디다’는 무엇일까요?


[기억하다] 머릿속에 새겨 두거나 되살려 생각해 내다 (19쪽)
[마주치다] 우연히 서로 만나다 (49쪽)
[만나다] 오가다가 또는 일부러 서로 마주 대하다 (51쪽)
[나누다] 몫을 가르거나 음식을 함께 먹다 (23쪽)


  한자말 ‘기억하다’를 한국말 ‘생각하다’로 풀이합니다. 얄궂습니다. ‘마주치다’를 “서로 만나다”로 풀이하고, ‘만나다’를 “서로 마주 대하다”로 풀이하니 겹말풀이에 돌림풀이입니다. ‘나누다’를 ‘가르다’로 풀이하는데, ‘가르다’란 또 무엇일까요?


[거절하다] 제안이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다 (11쪽)
[들어주다]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받아들이다 (41쪽)
[이해하다] 남의 사정이나 마음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다 (131쪽0
[설득하다] 잘 설명하거나 타일러서 따르게 하다


  한자말 ‘거절하다’를 ‘받아들이지’ 않다로 풀이하는데, ‘들어주다’를 ‘받아들이다’로 풀이하고, 또 한자말 ‘이해하다’를 ‘받아들이다’로 풀이합니다. 뜻풀이에 쓴 낱말이 여러모로 섞입니다. 한자말 ‘설득하다’를 한자말 ‘설명하다’로 풀이하는데, ‘설명’은 또 무엇일까요? 그리고 ‘타이르다’라는 낱말을 이곳에도 쓰기에 ‘달래다’라는 낱말하고도 뒤섞입니다.


[미워하다] 다른 사람을 밉게 여기다 (57쪽)
[샘내다] 부러워하거나 괜히 미워하다 (91족)
[반하다] 마음이 홀린 듯이 이끌리다 (65쪽)
[상의하다] 서로 생각을 주고받다 (89쪽)


  ‘미워하다’는 “밉게 여기다”로 풀이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밉다’가 어떤 결인가를 먼저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샘내다’를 ‘부러워하다 + 미워하다’로 풀이하면서 뜻풀이가 섞이기도 하는데요, ‘샘’하고 ‘미움’은 다른 낱말입니다. 풀이가 이처럼 겹치면 말뜻을 알 수 없습니다. ‘반하다’를 ‘홀리다’를 써서 풀이하는데, ‘홀리다’는 또 무엇일까요? 한자말 ‘상의하다’를 “생각을 주고받다”로 풀이하는데, ‘주고받다’라는 낱말을 더 깊이 파고드는 쪽이 나으리라 여깁니다. 쉬운 말 ‘주고받다’를 두고 굳이 ‘상의(相議)’를 아이들한테 쓸 까닭은 없다고 봅니다.


[함께하다] 경험이나 생활을 한동안 더불어 하다 (161쪽)
[뽐내다] 우쭐거리면서 자랑하다 (81쪽)
[고마워하다] 남의 도움이나 친절에 대해 흐뭇하고 즐겁게 여기다 (15쪽)
[탓하다] 꾸짖어 나무라거나 원망하다 (155쪽)


  이 책에 붙은 이름인 ‘함께’를 ‘더불어’로 풀이합니다. 그러면 ‘더불어’란 무엇일까요? ‘뽐내다’를 ‘우쭐거리다 + 자랑하다’로 풀이하면서 돌림풀이+겹겹말풀이가 됩니다. 겹말풀이도 아닌 겹겹말풀이입니다. 반드시 바로잡을 대목입니다. ‘고마워하다’를 “흐뭇하고 즐겁게”로 풀이하는데, 이 대목도 겹말풀이예요. ‘흐뭇하다·즐겁다’가 비슷하면서 다른 결이 있는데, 두 낱말을 뜻풀이에 함께 써도 될까요? ‘탓하다’를 ‘꾸짖다+나무라다+원망하다’로 풀이하기에 세 겹으로 맞물리는 뜻풀이입니다. 이런 뜻풀이로는 아이들은 ‘탓하다’를 비롯해서 ‘꾸짖다·나무라다·원망하다’까지 알 길이 없습니다.


풍선껌 크게 불기 시합을 했어 (12쪽) → 풍선껌 크게 불기 내기를 했어
생일 파티에 초대하지 않기 (56쪽) → 생일 잔치에 부르지 않기
아빠의 에 올라 (67쪽) → 아빠 등에 올라
윷놀이를 할 줄 알게 되었어 (68쪽) → 윷놀이를 할 수 있어
책장 에 있는 스케치북 (74쪽) → 책장에 얹힌 스케치북
매번 칭찬받는 친구 (91쪽) →  칭찬받는 친구
언니보다 많∼이 읽을 거야! (104쪽) → 언니보다 마안히(많이많이)) 읽을 거야!


  이밖에 이런 글월은 조금 더 가다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합’은 일본 한자말입니다. ‘생일 파티’는 ‘생일 잔치’로 손질하고, “아빠의 등”에 넣은 ‘-의’는 군더더기 일본 말씨입니다. “책장 위”는 하늘이에요. ‘위’를 덜고 알맞게 손봅니다. ‘매번’은 ‘늘·언제나’처럼 쉬운 말로 손봅니다. “많∼이”처럼 쓸 적에도 일본 말씨입니다. 일본말은 긴소리를 ‘∼’나 ‘―’를 넣어서 나타내요. 한국 말씨로는 ‘마안히’나 ‘마아안히’처럼 소리값을 밝혀서 적습니다.


  이렇게 마흔다섯 낱말을 글쓴이가 새로 풀이한 글이 어떻게 얄궂거나 아리송하거나 겹말풀이·돌림풀이가 되는지, 또 한국말을 한자말로 풀이하거나 한자말을 한국말로 풀이하면서 뒤죽박죽이 된 대목을 짚어 보았습니다. 국립국어원 사전도 앞으로 고치거나 바로잡을 곳이 많습니다만, 어린이가 삶을 찬찬히 읽으며 마음을 새롭게 가꾸는 길에 벗님이 될 책을 엮는 우리 어른들은 더욱 마음을 기울이고, 낱말 하나하나를 매우 깊이 살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참말로 아이들은 말에서 삶을 배우고, 삶에 흐르는 말을 다시 돌아보면서 마음을 가꿉니다. 말을 말답게 가꾸는 몫을 이 나라 어른들이 슬기롭게 다스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8.4.1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말넋/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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