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구 마을 삼부작 그리고 30년 후 세트 - 전2권 - 70년대 강운구가 찍은 마을과 30년 후 권태균이 다시 찍은 그 마을 - 시간과 거리에 관한 다큐멘터리
강운구.권태균 사진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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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강운구 마을 삼부작 그리고 30년 후

 

 사진찍는 강운구 님이 서른 해 앞서 찍은 어느 시골마을을, 서른 해 지난 뒤 후배 사진작가가 다시 찾아가서 요모조모 살피며 어떻게 마을이 달라졌는가를 좇으며 또 한 권 사진책으로 낸 판. 그래서 두 권이 한 묶음. 한 묶음은 55000원. 책은 비닐로 싸여 있어 속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어 있고, 출판사 소개며 언론사 소개며 얼마나 칭찬이 침을 튀기던지.

 하지만 기자들이 침을 튀기며 칭찬하는 책치고 ‘건질 만한’ 책이 없음을, 더욱이 사진책은 말짱 꽝이었음을 돌이켜 본다면, 이런 책은 그저 지나쳐 버리는 편이 나았을 텐데. 지난주 서울 나들이 때, ㄱ출판사 사장이 요 사진책을 사야 하는데… 하고 자꾸 눈독을 들이시지만 선뜻 사지 못하시기에, 냉큼 사고 말았다. 값이 버거우면 내가 사서 비닐 뜯어서 구경시켜 드리면 되니까. 나야 사진책 하나 산다고 10만 원도 쓰고 12만 원도 쓰고(차마 20만 원까지는 못 쓰겠더라만. 살가도 사진책이 9만6천 원, 프랑스 아무개 사진책이 11만 얼마…) 했으니 5만5천 원은 비싸면 비싸고 싸면 싸다고 할 값.

 ㄱ출판사 사장과 술집에 들어가 술을 시켜 놓고, 요놈 《강운구 마을 삼부작 그리고 30년 후》를 뜯어서 보는데, 아이쿠야. 어쩜 이렇게 사진 출력을 엉망으로 해 놓았는지. 배경이 조금 어두운 곳은 아예 먹칠이 되어 버렸고, 밝은 쪽은 허옇게 날라가 버렸고. 두 쪽에 걸쳐 펼친 사진은 인쇄-제본에 신경을 안 써서 안으로 많이 접혀들어가 보지도 못하게 되어 있고…

 이게 파주출판도시를 만든 삼형제 출판사 가운데 하나이자, 우리 나라 미술출판을 앞장서서 개척했다는 열화당 출판사에서 낸, 그것도 나라안에서 몇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강운구 님 사진책을 내는 정성이란 말인가? 기가 차고 혀가 차고 술이 차서 소주 세 병을 ㄱ출판사 사장하고 잇달아 마셨다.

 요즘 나오는 사진책은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 녀석이 쉽게 4~5만 원 딱지를 달고 나온다. 그러나 이 사진책들에 4∼5만 원이나 주어야 할 값어치가 있을까? 차라리 이 돈이면 일본 사진잡지 10권을 사서 본다. 지난달 《일본카메라》, 《아사히카메라》 같은 사진잡지는 한 권에 4∼5천 원. 두어 달 지나 묵은 녀석은 3천 원쯤. 인쇄-제본 훨씬 훌륭하고 사진 선명도와 인쇄출력 뛰어난 이런 잡지를 보며 내 사진눈을 키우고, 좋은 사진을 보는 게 낫지. 그래, 두 권에 55000원을 붙인 까닭이 있구나 싶다. ‘싸구려’로 만들었으니 더 높은 값을 못 붙였(?)겠지.

 예전 《샘이깊은물》 잡지에 실린 강운구 님 사진만 해도 얼마나 좋았는데, 깨끗했는데, 어떻게 낱권 사진책으로 실린 강운구 님 사진은 1980년대 잡지 겉그림에 쓰인 사진보다도 해상도나 출력상태가 떨어질 수 있을까? 파주출판도시에 출판사마다 멋들어지게 세운 그 으리으리하고 비싼 건물 문짝 하나, 창문 하나 값만 요 사진책 하나에 들였어도 《강운구 마을 삼부작 그리고 30년 후》는 이렇게까지 실망스러운 판으로 우리 앞에 나오지 않았으리라.

 그러고 보면, 기자들이야, 이런 잘잘못까지 기사에 쓸 자리가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 또한, 이런 잘잘못을 못 느낄 수 있다. 언제 기자들이 4~5만 원이나 하는 사진책을, 또 10만~20만 원이나 하는 사진책을 자기 주머니돈을 털어서 사서 보겠는가?

 55000원이라는 돈… 생각해 보니, 독일 건축가 ‘헤르만 산더’ 사진책을 사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개화기 때 조선여행을 하며 찍은 그이 사진들, 우리 나라에 기증해서 지금은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헤르만 산더 사진을 묶어서 내놓은 자료사진책, 이것이 35000원인데, 이 사진책이 훨씬 나았지. 열화당 출판사는 사진가 강운구 선생 이름에 먹칠을 하는 몹쓸 사진책을 세상에 내놓은 죄값을 달게 치러야 할 줄 안다. (4339.11.15.물.ㅎㄲㅅㄱ)

*** 이 글이 악성 딴지라고 느낄 분이 있을지 몰라, 이 사진책에 실린 사진과, <샘이깊은물> 잡지에 실린 사진을 따로따로 스캐너로 긁어서 붙입니다. 스캐너나 포토샵으로 아무런 손질을 하지 않은 스캐너로 긁은 모습 그대로입니다. 제 스캐너는 canoscan9900F입니다 ***

 
먼저, 열화당 사진책에 실린 사진.
속에 들어 있는 사진입니다.
책 겉장 사진하고도 상태가 다르지요.
 
 
잡지 <샘이깊은물> 1985년 12월호 사진.
애엄마와 아기 얼굴, 옷,
여러 가지를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잡지가 낡긴 했어도
21년 앞선 때 사진출력이
훨씬 낫다고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두 가지 책을 한 자리에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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