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명 앗아가주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
앙헬레스 마스트레타 지음, 강성식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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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다섯 살의 카탈리나는 자신보다 두 배나 나이가 많은 안드레스 아센시오 장군과

 

마지못해 결혼을 하게 된다. 독불장군에 무자비하며 탐욕스런 안드레스와의 결혼생활이 순탄할 리는

 

없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막무가내인 남편 안드레스의 아내 노릇에도 점점 지칠 무렵

카탈리나는 카를로스 비베스와 사랑에 빠지며 처음으로 삶의 기쁨을 맛본다.

 

하지만 카탈리나의 행복은 카를로스 비베스가 갑작스런 죽임을 당하면서 금방 막을 내리게 되는데... 

 

라틴문학의 대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타계 소식이 들린 시점에

 

우연찮게도 그동안 고이 모셔만 두었던 이 책을 꺼내 읽게 되었다.

 

사실 멕시코 작가의 작품은 읽은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좀 낯선 느낌이 없지 않았다.

 

멕시코란 나라 자체가 어쩌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만 만나는 정도인지라

 

그 나라 자체에 대해 거의 잘 모른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20세기초 멕시코 혁명기의 혼란스런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

 

멕시코란 나라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지식e 1권에 실린 '라 쿠카라차'편에서 멕시코 혁명기의 어수선한 과정이 어렴풋이

 

떠올랐는데, 우리가 독립을 하고 나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갈라져서 싸우던 해방 직후와 비슷했다.

 

카탈리나의 남편 안드레스는 그런 멕시코의 상황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로 등장하여

 

전형적인 폭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도 가부장적사회여서 폭군같은 남편이 아내와 자식들을

 

학대하고 횡포를 부린 사연은 전혀 낯설지 않는데 이 책 속의 카탈리나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안드레스가 여기저기 여자와 아이들을 두고 있는 상황에 그녀도 사랑하는 남자가 생기자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안드레스의 눈을 피해 카를로스와의 외도를 즐긴다.

 

하지만 이를 그냥 두고 볼 안드레스가 아니기에 결국 카를로스는 비참한 최후를 맞고

 

카탈리나는 다시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카탈리나와 안드레스 부부의 결혼생활은

 

학대와 증오로 점철된 무늬만 부부에 지나지 않았다.

 

보통 이런 시대와 상황에서 여자들의 삶이 기구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자신의 운명에 순종하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카탈리나는 나름의 저항과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서 살기 위해 노력한다. 

 

권력과 부를 가진 남자의 아내로서 살았기에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정신적으론 부패와 탐욕의 화신이자 살인도 서슴지 않고 명령하는 그런 남편을 둔 죄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했던 한 여자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었는데

 

남편이 죽어서야 맘껏 해방감을 맛볼 수 있던 카탈리나의 파란만장한 삶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라틴 문학하면 마르케스와 보르헤스식의 환상적인 느낌의 작품들만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전형적인 통속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멕시코의 역사와 한 여자의 기구한 삶을 통해 역사성과 페미니즘이란 두 마리 토끼를

 

적절히 잡았기에 라틴아메리카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와도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멕시코란 나라를 제대로 알게 해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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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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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함이란 슬픔 때문에 자기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33쪽

자긍심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 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다.-40쪽

경탄이란 어떤 사물에 대한 관념으로, 이 특수한 관념은 다른 관념과는 아무런 연결도 갖지 않기 때문에 정신은 그 관념 안에서 확고하게 머문다.-51쪽

경쟁심이란 타인이 어떤 사물에 대해 욕망을 가진다고 우리가 생각할 때, 우리 내면에 생기는 동일한 사물에 대한 욕망이다.-61쪽

야심이란 모든 감정을 키우며 강화하는 욕망이다. 그러므로 이 정서는 거의 정복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어떤 욕망에 묶여 있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야심에 동시에 묶이기 때문이다.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고상한 사람들도 명예욕에 지배된다. 특히 철학자들까지도 명예를 경멸해야 한다고 쓴 책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는다."-71쪽

사랑이란 외부의 원인에 대한 생각을 수반하는 기쁨이다.-79쪽

대담함이란 동료가 맞서기 두려워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하도록 자극되는 욕망이다.-89쪽

탐욕이란 부에 대한 무절제한 욕망이자 사랑이다.-99쪽

반감이란 우연적으로 슬픔의 원인인 어떤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112쪽

박애란 우리가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욕망이다.-121쪽

연민이란 자신과 비슷하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타인에게 일어난 해악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130쪽

회한이란 희망에 어긋나게 일어난 과거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140쪽

당황이라는 감정은 인간을 무감각하게 만들거나 동요하게 만들어 악을 피할 수 없도록 만드는 두려움이라고 정의된다. -155쪽

경멸이란 정신이 어떤 사물의 현존에 의하여 그 사물 자체 안에 있는 것보다 오히려 그 사물 자체 안에 없는 것을 상상하게끔 움직여질 정도로 정신을 거의 동요시키지 못하는 어떤 사물에 대한 상상이다.-162쪽

잔혹함이나 잔인함이란 우리가 사랑하거나 가엽게 여기는 자에게 해악을 가하게끔 우리를 자극하는 욕망이다.-172쪽

욕망이란 인간의 본질이 주어진 감정에 따라 어떤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 욕망은 자신의 의식을 동반하는 충동이고, 충동은 인간의 본질이 자신의 유지에 이익이 되는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181쪽

동경이란 어떤 사물을 소유하려는 욕망 또는 충동이다. 우리가 자신을 어떤 종류의 기쁨으로 자극하는 사물을 회상할 때 그것으로 인하여 우리는 같은 기쁨을 가지고 그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이 노력은 그 사물이 있다는 것을 배제하는 사물의 이미지에 의하여 곧 방해받는다.-193-194쪽

멸시란 미움 때문에 어떤 사람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다.-201쪽

절망이란 의심의 원인이 제거된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슬픔이다. ... 공포에서 절망이 생긴다.-212쪽

음주욕은 술에 대한 지나친 욕망이나 사랑이다.-222쪽

과대평가란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231쪽

호의란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243쪽

환희란 우리가 희망했던 것보다 더 좋게 된 과거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기쁨이다.-251쪽

영광은 우리가 타인이 칭찬할 거라고 상상하는 우리 자신의 어떤 행동의 관념을 동반하는 기쁨이다.-260쪽

감사 또는 사은은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우리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에게 친절하고자 하는 욕망 또는 사랑의 노력이다.-274쪽

겸손이란 인간이 자신의 무능과 약함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슬픔이다.-284쪽

분노는 타인에게 해악을 끼친 어떤 사람에 대한 미움이다.-291쪽

질투란 타인의 행복을 슬퍼하고 반대로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도록 인간을 자극하는 한에서의 미움이다.-303쪽

적의는 미움에 의하여 우리들이 미워하는 사람에게 해악을 가하게끔 우리들을 자극하는 욕망이다.-312쪽

조롱이란 우리가 경멸하는 것이 우리가 미워하는 사물 안에 있다고 생각할 때 발생하는 기쁨이다.-324쪽

욕정이란 성교에 대한 욕망이나 성교에 대한 사랑이다. ... 성교에 대한 이런 욕망은 적당한 경우에도, 그리고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도 보통 욕정이라고 일컬어진다.-332쪽

탐식이란 먹는 것에 대한 지나친 욕망이나 사랑이다.-343쪽

두려움이란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슬픔이다.-349쪽

동정이란 타인의 행복을 기뻐하고 또 반대로 타인의 불행을 슬퍼하도록 인간을 자극하는 한에서의 사랑이다.-363쪽

공손함이나 온건함은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일은 하고 그렇지 않은 일은 하지 않으려는 욕망이다.-372쪽

미움이란 외적 원인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381쪽

후회란 우리가 정신의 자유로운 결단으로 했다고 믿는 어떤 행위에 대한 관념을 수반하는 슬픔이다.-393쪽

끌림이란 우연에 의해 기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그 어떤 사물의 관념을 수반하는 기쁨이다.-401쪽

치욕은 우리가 타인에게 비난받는다고 생각되는 어떤 행동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413쪽

겁남은 동료가 감히 맞서는 위험을 두려워하여 자기의 욕망을 방해당하는 그런 사람에 대해 언급된다. -422쪽

확신은 의심의 원인이 제거된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점에서 생기는 기쁨이다.-433쪽

희망은 우리들이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불확실한 기쁨이다.-442쪽

오만이란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을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것이다.-453쪽

소심함은 우리들이 두려워하는 큰 악을 더 작은 악으로 피하려는 욕망이다.-463쪽

정신과 신체에 동시에 관계되는 기쁨의 정서를 쾌감이나 유쾌함이라고 한다.-473쪽

슬픔은 인간이 더 큰 완전성에서 더 작은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것이다.-483쪽

치욕이란 우리가 부끄러워하는 행위에 수반되는 슬픔이다. 반면 수치심이란 치욕에 대한 공포나 소심함이고 추한 행위를 범하지 않도록 인간을 억제하는 것이다.-491쪽

복수심은 미움의 정서로 우리에게 해악을 가한 사람에게 똑같은 미움으로 해악을 가하게끔 우리를 자극하는 욕망이다.-5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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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
이덕희 감독, 임창정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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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대신 징역살이를 하며 살아가는 동네 건달 창수(임창정)는

우연히 만난 미연(손은서)과 가까워지면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진다.

사랑에 빠진 창수에게 봄날이 오는 것도 잠시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러 반지까지 준비하고

집에 돌아오지만 그녀가 난자당한 채 죽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동네 양아치에 지나지 않았던 창수가 사랑하는 여자를 잃게 되고

오히려 그녀를 죽인 범인으로 쫓기면서 진범을 찾아내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전체적으로 개연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황당한 스토리의 영화였는데

창수와 미연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과정이나 미연을 죽이고 창수에게 누명을 씌우는 도석(안내상)과

그런 도석에게 목숨을 버리면서 복수하는 창수까지 좀 지나친 설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었다.

창수같이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도 자기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역시나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줬는데,

능청스런 양아치 스타일의 임창정의 생생한 연기가 그나마 돋보였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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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이준익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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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계속 아동성범죄가 일어나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 영화도 딱 어떤 사건이

 

연상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소원이 같은 딸이 없는 내 맘도 이렇게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데

 

실제 그런 참담한 일을 당한 당사자와 부모의 맘이야 오죽할까 싶었다.

 

문제는 이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인간의 뻔뻔한 작태와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을 감경하는 허술한 법률이 악마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점이다.

 

한 소녀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린 인간에게 징역 12년이 말이 되는가.

 

물론 영화일뿐이지만 실제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재판결과들이 나오고 있으니

 

아무리 법원을 감싸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게 요즘의 참담한 현실이다.

 

이상적으로야 범죄자들에게 죄만 미워하고, 그들을 교화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사회니 제도니 남탓만 하며 범죄자들의 인권이니 그런 타령을 하기엔

 

세상이 너무 흉악하고, 인간의 변화를 믿고 기다리기엔 우리가 너무 많이 속고 당했다.

 

다시 기회를 준다는 그런 일은 그나마 일말의 여지가 있는 그런 범죄와 범죄자들에게나 해당하지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런 범죄자는 다신 세상에 내놓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끔찍한 일을 다시 반복할 가능성만 주고 선량한 사람들이 그런 인간말종들 때문에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할 이유가 도대체 뭐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전자 발찌니 하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보다는

 

뭔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함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였다.

 

이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아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점에선 아이러니하게도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암튼 소원이와 엄마, 아빠가 끔찍한 기억과 상처를 극복해가는 힘겨운 과정을 지켜보기가

 

정말 힘든 영화였는데 그나마 영화에서는 차츰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안쓰럽지만

 

보기 좋게 담아냈는데 과연 현실에서도 그런 훈훈한 일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죽이는 그런 언론과 세상의 냉담한 시선을 극복하며 살아가기란

 

정말 힘들 것 같은데, 결코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그런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 아니 최소한 이런 일이 다시 안 일어나도록 뭔가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지길 기대하지만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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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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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작가의 책은 '장외인간''사랑외전' 등을 읽어봤는데

 

그의 기발한 상상력과 촌철살인의 비판정신이 매력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장외인간' 이후 그가 오랜만에 내놓는 소설인데 에세이 등으로만 계속 외도를 해왔던 그가

 

본업으로 돌아왔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할 수 있었다.

 

제목부터 파격적인(물론 기대한 그건 아니다ㅋ) 이 책은 총 10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데, 

 

특유의 시니컬한 정서가 지배하는 작품이 많았다.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라는 다소 유치한 제목의 첫 작품엔

 

아들을 판검사로 만들겠다는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섬뜩한 것은 그가 아들이 허튼 생각을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라 아들에게 줬다는 점이다.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기엔 살벌하기 짝이 없는 냉혹한 부정이 소름끼치는 작품이었다.

 

'청맹과니의 섬'엔 다람쥐들만 살던 섬에서 갑자기 다람쥐들이 사라지는 뜻밖의 상황과 사랑과

 

사업에 모두 실패하여 자살하는 남자가 등장하는데, 다람쥐가 섬을 탈출한 비밀이 예상밖이었다.

 

일만근심을 덜어준다는 '해우석'을 찾는 남자와 백여 점의 작품 중에서 오직 한 점만 선택된다는

 

'명장'의 얘기는 편견과 아집에 빠져 제대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칭 전문가들의 허상을 잘 보여주었다.

 

'완전변태'에선 성적인 '변태'를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물론 그런 변태도 등장한다)

 

곤충의 '변태'를 의미했다.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도 재밌었지만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얘기가 왠지 판타지같은 느낌을 주었다.

 

'새순'에선 남의 일에는 무관심한 세태를 유쾌하게 풍자했고, '파로호'에선 '이따위 찌라시가 신문이면

 

우리 집 화장실에 걸려 있는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라는 신문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이

 

6. 25.때의 얘기와 얽혀 흥미진진한 얘기를 만들어냈다.

 

돈으로 상을 사고 파는 한심한 미술계의 작태를 고발한 '유배자'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교회의 추악한 현실을 과대망상에 빠진 남자를 통해 풍자한 '흉터',

 

마지막으로 조건만 따지며 배우자를 고르는 사업이 되어 버린

 

한심한 결혼문화를 절묘한 반전으로 요리한 '대지주'로 마무리하였다. 

 

전체적으로 이외수 특유의 비판정신이 담긴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속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작가 스스로 이런저런 논란을 일으켜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해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의 문학적 감수성은 인정해줄만 했다.

 

개인적으론 작가가 본연의 임무에 보다 충실해 좋은 작품이나 자주 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의 외도나 엉뚱한 일로 물의를 빚어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그런 일은

 

작가로서의 능력만 소모시키는 일이니 소설에만 전념하는 이외수 작가의 완전변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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