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계획
발렝탕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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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학창시절 이후 연락이 한참 끊겼다가 오랜만에 만난 로뮈알과 테오.

테오는 피레네산맥으로 주말산행을 가자는 로뮈알의 제안에

여자친구 도로테와 다비드, 쥘리에트 커플과 함께 산행을 따라나선다.

모든 산행 준비를 로뮈알이 담당한 가운데 로뮈알이 준비한 일정대로 따라가던 친구들은 

계획과는 다른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서 당황스러워 하는데...


학창시절 친구로 지냈던 로뮈알과 테오가 오랜만에 재회하여 산행을 갔다가 발생하는

우여곡절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두 사람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산행 자체가 친구 아닌 친구를 향한 엄청난 복수계획임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는 쉽게 친구라고 부르지만 친구라는 명칭을 붙일 만큼의 사이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로뮈알과 테오도 친구라고 하긴 하지만 뭔가 둘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음을 충분히 직감할 수

있었는데 제일 먼저 이해가 안 되는 건 별로 내키지 않으면서 테오가 로뮈알의 초대에 응했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테오가 마지못해 로뮈알의 초대에 응하고 그가

하자는 대로 하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작가는 현재와 과거를 교묘히 오가면서 조금씩 진실을 드러낸다.

빈민가에서 어렵게 살았다가 운 좋게 명문학교에 진학한 로뮈알과

부잣집 아들로 뭐든지 자기 맘대로하면서 살았던 테오가 친구가 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낸 로뮈알에게 테오가 관심을 보이면서 마치 단짝친구처럼 붙어 다니게 된다.

비록 절친처럼 지내긴 하지만 처음부터 로뮈알을 은연 중에 무시하던 테오와

어떻게든 자신의 비참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던 로뮈알은 아슬아슬한 친구관계를 이어간다.

현재의 산행도 로뮈알이 길을 제대로 모르고,

빙하를 건너가야 함에도 준비를 똑바로 하지 않아 위기에 처한다.

게다가 쥘리에트는 임신한 상태고 테오는 산행을 시작한 이후로 계속 몸이 나빠져 계획했던 일정이

차질을 빚자 산행 멤버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산행이 악화일로에 빠지게 되는데...


로뮈알이 테오 일행을 초청한 어설픈 산행은 책 제목대로 완벽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과거의 원한을 풀기 위해 마련한 계획이니만큼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는데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해도 세상 일이 예상한 대로 진행되지는 않는 법이다.

그래도 로뮈알이 준비한 계획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 자신이 소원하던 복수를 이루려는 찰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이 책을 보면서 과연 진정한 친구와 우정이 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무늬만 친구인 관계가 얼마나 부질없고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작가 이름을 보니 왠지 낯익다 싶었는데 '구해줘' 등으로 친근한 기욤 뮈소의 동생이었다.

뭔가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스타일의 두 형제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좀 더 추리 스릴러에 가까운 동생 발렝탕 뮈소와의 첫 만남은 나름 인상적이어서

다음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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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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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북아시아 삼국 사이의 역사논쟁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늘 우리의 역사가 훼손당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왜 우리 정부나 학계는 제대로 대응을 못하나 하는 한심한 생각만 드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중국과 일본만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은 자기 역사를 미화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에 반해

우리는 오히려 축소, 비하하기 바쁘다는 사실이다.

보통 우리가 중국을 황제국으로 사대하고 조공을 바쳤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인데 

조공이 단순히 약소국이 강대국에 상납하는 것만이 아닌 무역에 본질이 있음을 이 책은 잘 가르쳐준다.

아들이나 동생이 부모나 형에게 선물을 가지고 가면 받은 것 이상으로 바리바리 싸주는 게

미덕인 걸 생각하면 오히려 조공을 하는 쪽이 더 이득일 수 있었다.

이는 명나라와 조선 사이의 조공 횟수를 가지고 싸우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명나라가 도리어 조공 횟수를 줄이고 싶어 하고 조선은 늘리고 싶어했다는 사실만 봐도

단순히 조공을 약자가 강자에게 받치는 걸로 치부할 수 없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중국에게 사대를 했던 것처럼 여진족이나 대마도 등에 사대를 받았음에도

이런 사실은 제대로 교과서에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나 백제가 요서 지방을 점령했다는 사실,

해적하면 왜구만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우리 한민족 해적이 동아시아 바다를 지배했고

불교 외에 신선교가 전통 종교로서 번성했다는 사실도 우리 역사 교과서가 숨기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중화사상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교과서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항상 조공을 받기만 했을 거라 생각되는 중국도 한나라 시절 흉노에게 조공을 받쳤다는 사실이나

한족 왕조보다 이민족 왕조가 더 많았음에도 티베트나 몽골 등 소수민족의 역사까지 자기들 역사에

전부 편입시키는 황당한 전략과 의복, 선박, 수레, 농기구 등이 모두 중국에서 발명된 것처럼 과장하며

마치 중국이 모든 문영의 시초이자 중심인 것처럼 구는 것도 전형적인 중국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일본도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근대화의 선두 주자로 아시아를 호령했던 자만심이 있다 보니

한반도에서 문명을 전수받은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 한다.

특히 백제가 멸망하면서 백제 유민들이 대거 일본 지배층에 흡수되어 일본 신국 건설에 이바지했음에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숨기는 건 물론 오히려 한반도의 일부를 식민지배했다고 주장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쇼군이 명나라 황제의 책봉을 받은 사실이나

임진왜란때 납치해 온 조선 도공의 도자기 기술을 바탕으로 경제 도약을 했다는 사실,

침략 전쟁을 정당방위로 포장하는 것까지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은 과장하는 경향은 어느 나라나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우리는 있는 사실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은폐, 축소하려 든다는 점이다.

한국의 주류 역사학계는 문헌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려 하지 않고

왜곡된 서술을 그대로 진실로 인정하는 전제에서 역사를 기술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경향마저 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자기 역사를 포장하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자기 역사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자기 스스로의 역사를 왜곡하는 실정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책에 나오는 내용이 전부 옳다고는 단정할 순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에 접근하는

학계나 정부의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앞으로도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은 한층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역사를 비하, 왜곡하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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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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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팔리페가의 가정부이자 재산관리인이었던 멘눌라라가 죽으면서

알팔리페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고와 장례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편지를 남긴다.

평소 멘눌라라에게 불만이 많았던 알팔리페가의 자식들은 하인인 주제에 주인처럼 건방지게

굴던 멘눌라라의 죽음에 전혀 슬퍼하지도 않고 그녀가 하라는 대로 할 생각도 없었던 지라

마지못해 간략한 부고를 게시하지만 자기 말대로 하지 않은 걸 어떻게 알았는지

멘눌라라에게서 또 다시 편지가 오는데...


아몬드를 줍는 여자라는 의미의 멘눌라라라는 별명을 가진 마리아 로살리아 인제릴로의 죽음과

그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가지각색의 다양한 반응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극명하게 갈리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알팔리페가의 자식들처럼 멘눌라라대해 반감, 비난, 증오, 조롱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녀의 헌신과 성실함, 재테크 능력에 대한 찬사와 안타까움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평가를 두고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기가 쉽진 않기에

과연 멘눌라라란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저절로 생겼다.

먼저 멘눌라라가 가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알팔리페가의 실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안 되었는데 가족들이 이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알팔리페가에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멘눌라라의 과거가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알팔리페가 자식들은 멘눌라라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다가 장례식에 마피아 보스가 등장하고

뭔가 분위기가 심상하지 않자 마지못해 그녀가 하라는 대로 뒷북을 친다.

마을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잠시 멘눌라라의 편지가 다시 날라오고

이번엔 귀중한 그리스 도자기들을 저택에 보관해뒀다고 하자

알팔리페가 자식들은 막대한 재산이 자기들 앞으로 생길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멘눌라라가 도대체 무슨 비밀을 감추고 있는 걸까 하는 호기심으로 끝까지 책장을 놓을 수가 없던

책이었는데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알팔리페가 가족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예측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멘눌라라의 꼼꼼함이 정말 신출귀몰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알팔리페가 사람들의 행동을 비롯해 각자의 입장에 따라 멘눌라라에 대한

기억이나 평가가 완전히 천차만별이었는데 문득 내가 죽고 나면

과연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성인이라도 분명 살아 생전에 좋아한 사람도 있고 싫어했던 사람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판에 그리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고 미움받는 걸 두려워 할 필요는 없으니

스스로 떳떳하게 살면 그만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 멘눌라라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그녀는 나름 소신 있게 살았기 때문에 알팔리페가 사람들을

비롯해 그 누구에게도 당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일부 사람들의 오해와 미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이니까 그냥 쿨하게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암튼 멘눌라라가 남긴 편지를 바탕으로 그녀의 삶과 비밀에 대한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라 할 수

있었는데 이탈리아 작품을 읽지 않아서 그런지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과 비슷비슷한 이름들,

그리고 얽히고 설킨 관계 때문에 좀 머리가 아팠던 것을 빼면

색다른 설정의 미스터리로서의 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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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니체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1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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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니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의 사상을 제대로 아는 사람 또한 별로 없을 것이다.

'신은 죽었다'는 그의 말이나 허무주의 같은 막연한 이미지만 알고 있을 뿐 그가 주장하는 바가

뭔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고전 시작' 등으로 만났던

독서에 일가견이 있는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인생에 힘이 되어준 니체의 말을 정리했다고 하기에

니체와의 본격적인 만남을 가지기 앞서 미리 니체를 알아볼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선 니체의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중심으로 

니체의 책들에서 뽑은 핵심 문장을 바탕으로 니체의 사상과 함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니체가 말한 '초인'은 슈퍼맨과 같은 초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뛰어넘겠다는 결의로 미래를 향해 계속 뛰어오르려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계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자기 칭찬에 인색하지 말고 작은 일에도 크게 기뻐하는 등 자기 삶과 현실에 충실하라는 얘기들이

주를 이뤘는데 니체 자신의 삶처럼 상대적으로 인간관계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현대인들은 잠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각종 SNS로 서로 연결되고 싶어하지만

니체는 굳이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았다. 진짜 행복은 자기 속에 있다는 확고한 신념만 있다면

진실하지 않는 인간관계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게 니체의 생각인 것 같았다.

니체가 소크라테스를 파괴되어야 할 우상 중 한 명으로 비판한 건 좀 의외였다.

삶을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소위 현자들의 말을 좀스럽다고 일침을 가하는 그의 도발적인

언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삶의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누가 니체를 허무주의자로 폄하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는데 자신의 욕망에도 충실하고 배움을

즐기며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라는 니체의 말은 어느 혁명가 못지 않은 열정이 넘쳤다.

독서와 관련된 부분도 나오는데 읽은 걸 암기하지 못하면

독서하는 게으름뱅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왠지 좀 찔렸다.ㅎ

책을 나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지만 내 걸로 제대로 만들었는지 물으면 자신이 없다.

읽는 순간에는 여러 생각도 많이 하고 얻는 것도 많은 것처럼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책의 내용이

가물가물해지고 다른 책의 내용들과 헷갈리면서 막연한 이미지만 남고 만다.

많은 책을 읽으려고 욕심만 부릴 게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내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니체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그의 사상은 왠지 어렵고 잘 와닿지 않을 것 같고 비관적인 이미지가 가득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는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철학자였다.

삶을 그저 주어진 거로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니체의 말들이

그야말로 뼈가 되고 살이 될 것 같았는데 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

니체와의 만남이 신선한 자극이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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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 기이하거나 별나거나 지혜로운 괴짜들의 한살이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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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정말 무수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거나

알고 있는 생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작은 벌레들이나 이름 모를 풀들이 많은데

주변에 있는 생물들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릴 땐 나름 생물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젠 낯선 생물들을 봐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생물들에 대한 관심을 돋우기 위해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여러 생물들의 흥미로운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첫 챕터에선 작고 별나지만 지혜로운 미물들이란 제목 아래 다양한 곤충들이 등장하는데

책을 상하게 만드는 주범인줄 알았던 책벌레가 사실은 누명을 쓰고 있단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진범은 곰팡이였는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산 책벌레들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학질도 학질모기가 옮기는 게 아니라 모기의 침에 묻어 들어온 원생동물인 삼일열원충이 진범이었다.

사람의 피부 속에다알을 낳는 발칙한 몸진드기나 잠자리와 이부자리가 자신들의 천국인

집먼지진드기까지 평소에 생각도 안 하던 생물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챕터에선 바다 속 생물들을 다루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이 대거 등장한다.

갈치, 문어, 넙치 등 친근한 녀석들이 등장하는데, 주꾸미, 낙지와 문어는 팔완목인 반면

오징어와 꼴뚜기는 십완목이라는 사실,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에

등장하는 비목이 바로 넙칫과의 물고기를 말하며,

불교와 기독교의 공통된 상징으로 물고기가 많이 사용된다는 사실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두견새와 소쩍새는 흔히 동일한 새로 잘못 알고 있는데,

두견새는 뻐꾸기목에 속하며 밝고 쾌한 소리로 주로 낮에 우는 새라면

소쩍새는 올빼미목에 속하고 애처로운 울음소리로 밤에 우는 것이 특징인 완전히 다른 새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생물들의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식충식물이 오직 곤충만 잡아먹고 사는 게 아니고 스스로 광합성을 하여 간신히 살아가면서

부족한 영양소를 벌레에서 보충한다는 사실, 우리가 흔히 아카시아나무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까시나무란 사실 기존에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저자 특유의 구수한 입담에 순우리말을 자주 사용하고, 주인공인 생물들에 얽힌 속담이나

관용구까지 언급하여 단순히 생물에 관한 책을 넘어 어휘력을 키워주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 주위에 살고 있는 여러 생물들에 대해 무관심하게 지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들에게도 나름의 삶이 있음을 잘 알 수 있었고

더불어 살아야하는 여러 생물들에게 관심을 갖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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