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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노즈카가 고용한 탐정 이마에다와 형사 사사가키의 추적이 좁혀들어오자
료지는 추적을 간신히 뿌리치고 또다시 사라진다.
유키호는 갑작스런 양모의 죽음과 시노즈카의 사촌형과의 결혼 등
계속된 사건 속에서도 자신의 사업을 번창시키지만
사사가키의 끈질긴 조사로 인해 그들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는데...
료지와 유키호의 비밀이 드디어 드러났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훨씬 충격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 동안 료지와 유키호의 삶을 보면 범죄와 위선으로 가득차 있어 저렇게 살아야했을까 싶기도 했는데
어린 시절 그들에게 있었던 끔찍한 일들을 생각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다.
그들이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던 것이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대포새우와 문절망둥이의 공생관계에 비유되었던 료지와 유키호의 관계는 좀 특별한 인연이라
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끔찍한 사건을 겪으면서 둘 만의 비밀을 공유한 그들은 성장하면서도
계속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였다. 비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인해 직접적인 관계는 이뤄지지 않지만
료지는 늘 유키호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노릇을 하고
유키호는 그런 료지에게 사업(?) 거리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깜깜한 밤 밖에 없던 그들의 인생에서 서로가 태양 같은 의미가 되어주던 료지와 유키호는
마지막까지 서로의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지만 하나가 될 수 없는 그런 관계였다.
이 책은 어린 시절에 겪은 비극이 어떻게 사람을 망가뜨리는지를 잘 보여주었는데
역시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나쁜 어른들인 것 같다.
딸을 남자들에게 팔아먹는 엄마가 있질 않나 아들이 뻔히 아는데도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는 엄마,
자기 자식같은 여자애들을 성적 노리개로 사는 아빠 등 이런 어른들 밑에서
정상적으로 아이들이 자라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 것 같다.
정말 부모 자격이 없는 인간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인간들 밑에 자란 아이들이 또다시 그런 부모가 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지만 제대로 된 부모 노릇을 못할 바에는 그냥 혼자 사는 것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세상의 부모들이 부모 노릇만 제대로 해도
세상이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 것 같다.
료지와 유키호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아낸 이 작품은
감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비록 내가 읽어 본 책은 이 책 외엔 '용의자 X의 헌신'밖엔 없다.)
두 사람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여러 단서들을 흘리며 얘기를 끌고 나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솜씨는 역시 최고라 할 수 있었다.
그가 내놓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충분히 입증한 책이었다.
일본에선 드라마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손예진이 유키호 역을 맡아 제작 중인 영화도
분명 기대할 만한 작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