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은 영화 '셔터 아일랜드'로도 제작된 '살인자들의 섬'을 인상적으로 읽어서

이후 몇 권을 봤는데,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사립탐정 켄지 & 제나로 시리즈는

3편인 '신성한 관계'와 6편인 '문라이트 마일', 그리고 영화로 본 4편인 '가라, 아이야 가라'

순서와 무관하게 뒤죽박죽 보다 보니 이들의 역사가 제대로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 든다.

늘 생각하지만 시리즈는 왠만하면 출간 순서대로 봐야하는데 중간부터 시작하면 실타래가 꼬이듯

엉켜서 혼돈 상태가 되어 내용이 마구 헷갈려서 결국 언젠간 순서대로 다시 봐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을 이제야 읽게 되는 점은 그런 측면에서 좀 아쉬움이 남지만

켄지와 제나로의 관계를 비롯해 여러 주변인물들의 과거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립탐정 패트릭 켄지가 상원의원 스털링 멀컨으로부터 본인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말할 수 없는

중요한 자료를 가지고 사라진 청소부 제나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 것으로 얘기가 시작된다.

첫사랑인 앤지를 파트너로 해서 탐정사무실을 운영하던 패트릭 켄지는 제나가 사용한 신용카드

영수증을 바탕으로 그녀가 여동생 시몬과 함께 숨어 있던 장소를 금방 찾아낸다. 제나가 스털링

멀컨 의원 사무실에서 발견해 보스턴의 안전금고에 숨겨놓은 엄청난 비밀을 같이 찾으러가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자들의 총기난사로 제나가 현장에서 사망하고 켄지도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제나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낀 켄지는 제나가 자신에게 준 사진을 단서로 제나를 죽인 자들이

숨기려고 하는 비밀이 과연 무엇인지를 끝까지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켄지가 가지고 있는 사진과

제나가 숨겨놓은 나머지 사진들도 찾기 위해 자신도 죽이려고 하는 소시아 일당의 위협에 맞서

절친인 무기상 부바의 도움도 받는데 '신성한 관계'에서 봤던 부바의 위력의 시초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의 사립탐정이라면 자기 목숨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의뢰받은 일 이상의 진실 찾기를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좀 비딱하면서 정의감을 가지고 있는 켄지는 자신을 건드린 악당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권위적인 소방대원 영웅 아버지의 그림자와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앤지와의 애매한

관계 등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 켄지가 밝혀낸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고 끔찍한 만행으로 

요즘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미투운동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수위였다. 성범죄 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아동성범죄에다 그 공범이 친부라니 생각만 해도 역겨운 짓들이 결국 여러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나서야 결국에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총격전 등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액션이

난무했는데 아무리 조폭들이라 하지만 많은 사람이 죽어나감에도 별다른 처벌 없이 넘어가는 점은

미국 사회가 무법천지나 다름없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찰진 대사와 개성 넘치는

인물묘사, 그리고 켄지와 제나로의 과거와 그들 주변 인물들의 얘기까지 시리즈의 1권을 찾아본

의미가 충분했다. 그동안 시리즈를 순서대로 보기 위해 고히 모셔두었던 2권도 드디어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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