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자살하게 만든 인터넷 게시글 작성자의 정체는?

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어릴 때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어려운 형편 속에 고생하던 어머니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아이는 여동생 샤오원과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어느날 중학생인 샤오원이 만원인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현장에서 성추행범이 체포되지만 성추행범의 외조카라는 사람이

인터넷 게시판에 외삼촌은 누명을 썼고 오히려 샤오원이 꾸며낸 거라는 글을 올리자

샤오원에게 비난이 쏟아진다. 심지어 신상털기까지 당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샤오원이

투신자살하자 충격을 받은 아이는 샤오원을 죽게 만든 인터넷 게시글의 주인공을 찾아내기 위해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하는데...

찬호께이의 작품인 '13. 67'을 읽고 중국어권에도 엄청난 미스터리 작가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도 700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남은 분량이 사라지는 흡입력

있는 얘기를 들려준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묻지마 비방이 자살을 야기하면서 하나밖에 없는

가족을 잃은 아이가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글 올린 범인을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데

아이가 사건을 의뢰한 탐정인 아네란 인물이 정말 범상치가 않았다. 탁월한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해킹 실력을 발휘하여 인터넷 게시판에 샤오원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사람을 추적하는데

글쓴이도 정체가 발각되지 않게 상당한 작업을 해놓아 작정하고 한 짓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성추행범에게 외조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범인이 샤오원이 다니던 학교 학생 중에

있음을 알게 되면서 용의자가 급격하게 좁혀진다. 그 과정에서 능력은 탁월하지만 괴짜인 아네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오로지 샤오원을 죽게 만든 자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거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아이는 전혀 몰랐던 샤오원의 학창시절을 알게 되는데...

요즘은 워낙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왠만한 개인정보나 증거수집을 컴퓨터 등 기계만 잘 다루면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아네는 거의 신의 경지를 보여준다.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

범인에 맞서 하나하나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뛰어난 연기까지 선보이며 점점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무뚝뚝한 괴짜 스타일이면서도 시크한 매력이 넘쳐나는 다른 작품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였다. 유일한 가족인 동생마저 잃고 제정신이 아닌 아이의 간절한 의뢰를 투덜대면서도

거의 무료봉사급으로 해주는 아네가 밝혀낸 진실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인터넷 상에선 익명성 뒤에 

숨어 현실에선 하지 못하는 막말이나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재미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고 무책임한 행동이 끔찍한 비극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사소한 오해가 발단이 되어 눈덩이처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책 속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이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고 마음이 전달되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주었다. 아이와 아네가 샤오원을 죽게 만든 범인을 쫓는 과정과

IT기업의 직원인 스중난과 투자자 스투웨이의 얘기가 번갈아 진행되어 그 접점이 과연 무엇일까

나름 생각해보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연결점이 있었다. 묵직한 책임에도 과연 진실이 무엇이고

어떤 결말을 맺을지 정말 정신없이 읽은 책이었는데 여러 얘기들을 담아내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잘 요리해낸 것 같다. 찬호께이와의 두 번째 만남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온라인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예리하게 밝혀낸 명탐정(?) 아네가 등장하는 후속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