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 노자 <도덕경> 나를 살리는 마음공부
구로사와 이츠키 지음, 박진희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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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사상으로는 보통 유가와 도가가 떠오른다. 공자를 시작으로 그의 제자들에게 전수되어

통치이념으로까지 사용된 유학이야 거의 종교처럼 떠받들여져서 워낙 많이 연구가 되고 우리의 문화와

정신세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어 친숙한 반면 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도가는 왠지 현실성이 떨어지는

도인들의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인식이 없지 않다. 그래도 답답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보니 가끔은

도가사상에 심취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유유자적학 싶을 때가 적지 않아 노자나 장자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곤 했다. 노자의 '도덕경'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의역한 '시로 풀어쓴 도덕경'에서 원전의 내용을

간접적이나마 확인했고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통해 노자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여전히 노자의 사상에 대한 갈증이 있던 차에 노자의 '도덕경'의 내용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도덕경'의 흥미진진한 탄생 비화(?)를 시작으로 총 81장에 이르는 '도덕경'의 내용을

각 장마다 저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풀어내면서 해당 장 말미에 원문과 해석을 싣는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전에 읽었던 '시로 풀어쓴 도덕경'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원문만 보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를

알기 어려운 '도덕경'을 나름 현대적인 관점에서 쉽게 풀어내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관점은 본질은

'있는 그대로의 세계'라면 현실은 '해석의 세계'인데 우리가 본질은 망각하고 현실에만 매몰되어

살아가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관념이라는 잣대와 다른 것과의 비교가

해석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이로 인해 언제나 알력과 경쟁이 일상화되고 그로 인한 고통과

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대인들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이런 '해석의 세계'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살아가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태어난 순간부터 항상 누군과의 비교를 당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기 위해 열심히 살라고 강요받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결코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시간이란 것도 해석의 세계에서 인간이 만든 허상일 뿐인데

우리는 과거와 미래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시간에 지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는 '기억'과 '기록'이 '지금' 있는 것이고, '미래'는 '희망'과 '예측'이 '지금' 있는 것일뿐

모든 존재는 전부 '지금'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여러 책에서 자주 언급하는 

지금, 여기를 사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분리와 인식'이라는 해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섭리에 따른 '도'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처럼 쉽지 않은 게

보통 사람들이 처한 현실이다. 물질문명 속에서 '해석의 세계'가 만들어낸 기준에서 벗어나 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산다는 게 솔직히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지만 몸과 맘이

황폐해지고 너무 치우친 상태에서 잠시 벗어나 진정한 삶과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데는 이 책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얘기들이 유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얘기들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기에 지친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휴식이 되어줄 수 있는 얘기들과 만날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을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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