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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생물들의 희한한 사생활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6월
평점 :
권오길 교수의 책은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을 통해 우리가 잘 모르고 지냈던 생물들의
발칙한(?) 사생활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희한한 사생활을 들려준다기에 무슨 얘기가 담겨져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교수신문'에 연재된 글을 가려 모은 것이라는데 권오길 교수가 거의 80세가
다 된 줄은 전혀 몰랐다. 전작을 읽을 때도 왠지 할아버지와 같은 구수한 입담이 감지되긴 했지만
한 60대 정도라 생각했다가 예상보다 많은 나이에 깜짝 놀랐는데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이 책에서도 우리가 잘 아는 생물들은 물론 잘 몰랐던 생물들을 출연시켜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주는데,
'물속에서 살아가는 별별 친구들', '시끌벅적 활기차게 살아가는 이웃들',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기부자들', '아름답고 화려한 미의 전령사들'이라는 4부로 나눠서 동식물을 넘나들며 얘기를 전개한다.
1번 타자로 등장한 개불은 횟집에서 종종 만나는 녀석인데 생김새가 '개 불알' 같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흔히 참치로 친숙한 다랑어와 성게, 전복 등 맛과 영양을 겸비한 바닷속 생물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비단잉어편에선 잉어와 붕어의 차이를 알 수 있었고 돌고래의 '돌'은 작거나 품질이
떨어지며 야생으로 자라는 것을 뜻하는 접두사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쏘가리가 강물의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자리하면서 외래 어종으로부터 토종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2부에서는 초반부엔 주로 새들이 등장하는데 평화의 상징이었다가 지금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비둘기를 비롯해 직박구리, 휘파람새 등을 만날 수 있었고, 몸을 위장하기 위해 얼룩 줄무늬를 가진
얼룩말,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 중인 애매모호한 중간생물인 오리너구리, 꼬리를 잘라 도망가는
도마뱀까지 흥미진진한 동물들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통해선 모계유전의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핵의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반반씩 받지만 세포질은 어머니로부터만 받아서
왜 그렇게 옛날 사람들이 아들 타령을 했는지를 유전적으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3부에서는 옻나무, 헛개나무 등 우리에게 이로운 나무나 식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마지막 4부에서는 금낭화를 시작으로 어여쁜 자태를 뽐내는 다양한 꽃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전체적으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그런 느낌으로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컬러로 증명사진(?)까지 싣고 있어서 여러 동식물들의 제대로 몰랐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