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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0 ㅣ 링컨 라임 시리즈 10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반미 성향의 운동가 로베르토 모레노가 바하마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던 중 먼 거리에서
쏜 총격에 사망한다. 사건의 배후로 국가정보활동국 NIOS의 국장 슈리브 메츠거가 지목되고,
이를 은밀하게 수사하기 위해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에 이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릴러 시리즈다. 과학 수사를 바탕으로 신출귀몰하는 범인에 맞서 싸우는 링컨 라임과 친구들의
무용담은 늘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 다음 작품에선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항상
기대가 되었는데 시리즈의 10편인 이 작품에서도 최첨단 범죄의 진수를 선보인다.
그동안 시간('콜드 문'), 개인정보('브로큰 윈도'), 전기('버닝 와이어')를 자유자재로 다루었던
범인들을 등장시켜 힘겨운 사투를 벌였는데, 이번에는 요즘 점점 대중화되고 있는 드론을 이용한
국가기관의 범죄를 내세워 시작부터 만만하지 않은 사건임을 잘 보여주었다. 애초에 2천 미터 이상의
원거리에서 초정밀 암살이 가능한 저격수를 고용한 게 아닌가 추측이 되었지만 드론이 거론되면서
이제는 어디에 있어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절감하게 되었다. 게다가 국가기관이
테러의 가능성만을 가지고 반국가적 태도를 이유로 암살을 저지른다니 9. 11. 테러 이후 테러 방지를
명목으로 적법절차 등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미국의 적나라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설상가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정말 테러 위협을 핑계로
무슨 짓을 할지 정말 우려스럽다. 암튼 수사대상이 국가정보기관의 고위공직자이다 보니 조심스러운
데다 사건 발생장소가 바하마여서 거의 증거수집이 불가능하자 링컨 라임이 직접 바하마로 날아가는
결단을 내린다. 링컨 라임이 이렇게 멀리까지 여행을 떠나는 건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바하마에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간신히 벗어나지만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범인의 연쇄살인을 저지할 순 없었다.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를 비롯한 수사팀이 진실에 조금씩 다가갈수록 기존의 정보가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는데 반전의 명수인 제프리 디버는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솜씨를 발휘했다.
늘 화이트보드에 사건 관련 정보를 기록해서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요약해주는 부분이 도움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업데이트한 부분을 진한 글씨로 표시해서 더욱 진행경과를 파악하기 좋았다.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갈수록 진화하는 범죄에 맞서 국가기관 등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대단하단 말밖에
할 수 없었는데 다음 작품에선 좀 더 건강한 모습의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