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역사를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

슬픈 불멸주의자 -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셸던 솔로몬.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1월

죽음은 이 세상의 모든 생물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특히 다른 생물에 비해 죽음을 자각하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죽음의 공포는 개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물론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항상 해결하고 싶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난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 행동의 기저에 있는 주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공포관리이론에 기초하여 인류가 그동안 죽음의 공포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면서

죽음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뇌가 진화하면서 고도의 자기인식능력과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런 능력은 인간이 위대한 문명을 건설하는

힘이 되었지만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깨닫게 된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죽음이란 실존적 공포에 대해서도 인간은 이를 감당하기 위한 심리적 자원으로

문화적 세계관과 자존감이란 두 가지 방어전략을 마련했다.

인류는 죽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의례, 예술, 신화, 종교 등의 문화적 요소를 통해  

초자연적 현실 개념을 구성하고 구체화하게 된다. 이런 문화적 요소를 바탕으로 죽음으로 인한

공포와 절망을 미연에 방지하고 농경, 기술,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는데,

인류는 실제 불멸성과 상징적 불멸성을 추구하면서 죽음의 공포에 맞서 싸우게 된다.

실제 불멸성과 상징적 불멸성은 전에 읽었던 '불멸에 관하여'에서 다뤘던 불멸의 네 가지의 길인

생존, 부활, 영혼, 유산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았는데, 실제 불멸성은 육체는 죽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믿거나 연금술, 신비의 약수 등 질병과 노화를 극복하여 영생을 추구하는 방법을

발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표출되었다. 현재 회원이 사망하면 바로 시체를 냉각보관하여

미래에 발전한 과학기술로 부활이 가능할 때 시신을 해동해주는 알코어 생명연장 재단의 존재는

여전히 인류가 영생을 위해 분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었다.

상징적 불멸성은 자손이나 명성 등으로 비록 자신의 육체는 사라지지만 미래에도 계속 존재하겠다는

전략인데 이러한 방법들로도 죽음의 공포를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약함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과 다른 종교나 인종, 국적, 문화 등을 가진 자들에 대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대신 분풀이 하는 것처럼 공격적이 되기 쉽고, 인간이 가진 동물적인 부분들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며

최대한 죽음을 연상시키는 것들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각종 방어기제들이 발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로 인해 정신분열증, 공포증과 강박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자살,

알코올과 기타 약물의 심리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결국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 책에선 죽음과 타협하라고 조언하는데,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무섭기는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용기, 연민,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불어넣음으로써 삶을 숭고하게 만들 수 있다. 의미와 가치, 사회적 관계, 영성, 개인적 성취,

자연과 동일시, 순간적인 초월 경험을 자기 나름대로 잘 조합함으로써 영원히 지속될 의미를 찾으며

이런 방도를 제공하는 문화적 세계관을 장려하고 불확실성 및 자기와 다른 신념을 품은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다면 두렵기만 했던 죽음과도 잘 지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