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치유해주는 유령이 사는 집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10월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계속 실패하자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다카하시는 방세가 싼 방을 찾다가 테후테후장이라는 좀 오래된 집을 발견한다.

친절한 집주인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에 선뜻 계약을 하고 입주를 하지만

1호실에는 계약 당시 집주인이 보여줘서 선택한 아가씨가 살고 있었는데...

이 책의 작가 이누이 루카의 책은 호러 단편집인 '여름 빛'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얼굴의 각 부위를 소재로 한 아기자기한 얘기로 강한 인상이 남은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도 유령이 사는 집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얘기를 풀어가는데 테후테후장에 있는 1~6실

입주자들과 그곳에 살고 있던 유령과의 얘기를 각각의 단편으로 엮어내 하나의 얘기를 완성한다.

보증금과 관리비가 없고 월세가 13,000엔밖에 안 하는 저렴한 방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취업에 실패하고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다카하시를 필두로

마트에서 알바를 하는 미쓰키와 전과자라 일자리를 얻기 힘든 나가쿠보 등 냉혹한 경쟁사회에서

뒤쳐지고 소외된 사람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각자 자기 방의 유령 파트너와 함께 자신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와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상처를 나누며 위로받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1호실의 다카하시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모두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자 더 이상 여자를 사랑하지

않으려 마음 먹지만 자기 방에 살고 있는 유령 사야카와 가까워지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2호실의 미쓰키도 마트에 등장한 신입사원에 반해 안 하던 화장도 하고 변신을 하게 되지만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아버지같은 유령 엔도의 위로로 실연의 상처를 잊게 된다.

이렇게 각 방에 입주한 사람과 유령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묘한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데

입주자들이 유령과 진정으로 교감해서 유령을 만지게 되면 유령이 성불할 수 있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각 방의 유령들이 차츰 사라지게 된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이라 그런지 인생극장이라 할 만큼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들이 등장해서 아기자기한 재미도

주었는데 안타까운 사연도 적지 않았다. 1호실부터 6호실까지 차례대로 입주자들과 유령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엮어진 가운데 후반부에 집주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모든 입주자가 집주인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하는 모습까지 훈훈한 마무리가 보기 좋았다.

요즘처럼 각박하고 이웃과 소통하기 힘든 세상에서 동거하는 유령을 비롯해 옆집 사람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도 보기 드문 광경이라 할 수 있었는데, 취업문제 등 살기가 정말 팍팍한 시절에

비록 유령이라도 마음을 터놓고 지내며 서로 위로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이누이 루카와는 이 책을 통해 두 번째 만남을 가졌는데 두 책 모두 독특한 설정에 좋은 인상을

남긴 작품들이라 세 번째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