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신은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가 악하는게 만드는가
아라 노렌자얀 지음, 홍지수 옮김, 오강남 해제 / 김영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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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종교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민감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서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종교인들이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과 종교에 대한 비판을 하면

바로 종교인들의 거센 공격이 빗발치기 십상인데 이 주제는 기본적으로 논쟁이 제대로 성립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에서 신과 종교가 상당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실체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종교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와

그 전파과정, 인간 사회에 있어 끼치는 영향까지 종교를 논리적으로 제대로 분석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통해서 신과 종교라는 허구에 대한 논리적인 비판을 이미 경험했지만

이 책은 좀 더 사회학, 심리학적인 면에서 종교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먼저 신을 '인식'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존재, 존재의 근거 또는 만물의 총체로 신을 보는 일부 신학적인 교리들과는 달리,

신앙인들의 일상적인 생각 속에 존재하는 신은 마음을 지난 인간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인간사에 개입하는 막강하고 거대한 신이라는 개념이 인간 사회에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되었고 이런 유형의 신들이 인간을 감시하는 초자연적 능력을 발휘한다는 믿음을 받아들인 사회들이

협력적인 공동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렇게 사회적 감시는 낯선 사람들이 우호적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어 초자연적 감시자가 출현하는 데 필요한 선행조건이 되었고 친사회적인 종교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로 손꼽힌다. 초자연적 감시자의 존재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도

협력이 가능하게 만들어 더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게 되었고, 결국 거대한 신의 존재와 복잡한

사회집단의 형성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선 무신론자들에 대한 신앙인들의

편견에 대한 다양한 조사 결과와 그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는데, 타 종교인들보다 무신론자에 대해

더 불신을 갖는 이유는 초자연적 감시자를 믿음으로 인한 자발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초자연적 감시자를 믿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긴다는 말인데

현실에서 종교를 빌미로 이뤄지는 각종 범죄들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편견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한국 사회는 불신의 사회여서 무신론자에 대한 배타적인 편견이 적은 편이지만 종교 국가인

미국 등에선 무신론자가 동성애자보다도 더 불신의 대상이 된다니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무신론자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해선 친사회적 규범을 창출하는 강력한 세속적 제도에 노출시키거나

그런 암시를 주는 방법, 무신론자가 많다는 사실을 노출시키거나 그런 암시를 주는 방법, 사회에서

종교적 성향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아무래도 종교인들처럼 맹목적이지 않는 무신론자들이

종교인들처럼 세력을 형성하거나 자기 표현을 강력하게 하지 않는 한 종교인들이 만들어내는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친사회적 종교집단은 집단생존율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문화적 안정성도 가지고 있으며 종교인들은 출산율마저 높기 때문에 다른 집단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점이 많은데, 이런 종교의 위력은 결국 사회가 종교를 대체할 강력하고 세속적인 대안을

개발하면서 쇠퇴하게 된다. 정부와 사법기관 등 세속적 기관들이 충분히 신뢰를 받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보장된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종교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며 문화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면 결국 종교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종교가 어떻게 인류사회에 등장해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는지와

종교의 미래도 조심스럽게 엿볼 수 있었다. 종교가 분명 인간들의 결속을 이끌어내며 거대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우리가 이상적인 국가들로 생각하는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을

보면 더 이상 종교가 그리 필요한 것 같진 않다. 다만 종교가 무용한 세상이 되기 위해선 세속적인

사회가 충분히 믿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한국사회를 보면 종교가 여전히 기세를 떨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종교가 없는 세상을 노래한 

존 레논의 'Imagine'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데 종교의 실체에 대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잘 정리해서 이론적으로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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