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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평점 :
12년 전 동생이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11년 동안 집에서 전혀 나가지 않고 은둔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린다 콘라츠는 사건 당시 봤던 범인을 우연히 TV를 통해 보게 된다.
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린다는 자신만이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동생이 살해당한 사건을 소설로 쓴 후 신간 인터뷰 상대로 범인이라 생각한 남자를 집으로 초대하는데...
가족을 죽인 범인이 누군인지 밝혀내는 얘기는 바로 얼마 전에 읽은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을 비롯해 스릴러의 단골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을 범죄로 잃은 상처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것이기에 대부분의 피해자의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의 주인공처럼
직접 범인을 잡아 복수하려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동생 안나를 잃고 난 후 부모와도 연락을 끊고
집에서 두문불출하면서 자신만의 폐쇄된 세상에서 살아가던 린다는 TV 뉴스의 기자를 보고 자기가
동생이 죽던 날 봤던 바로 그 남자임을 알아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해선 사건이 해결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 린다는 직접 범인을 자기 집으로 불러들여 범행을 자백을 받기 위한 덫을 놓는다.
하지만 린다가 범인으로 확신한 기자는 린다의 유도심문에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범행 당시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시하며 린다를 멘붕상태로 몰고 가는데...
11년 동안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린다의 정신상태를 믿을 수 없는 데다가
과연 린다가 범인을 본 것이 맞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오히려 무고한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게 아닌가 하는 혼란에 빠진다.
인간의 기억만큼 변질되기 쉬운 게 없기에 과연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했는데
범인을 잡기 위해 덫을 놓았던 린다가 사실은 범인이 쳐놓은 덫에 걸렸음을 알게 되면서
범인과 진실을 둘러싼 한판대결이 벌어진다. 중간중간에 린다가 동생의 사건을 바탕으로 쓴
'피를 나눈 자매'라는 소설 중 한 부분을 오가면서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조금씩 다가가는데,
현실과 소설을 넘나들면서 린다의 범인 목격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된다.
사실 범인을 목격하고도 12년 동안이나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범인을 잡겠다고 나선 린다가
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동생이 살해된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린다의 입장을 감안하면
이해할 여지가 없진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잘 만들었던 린다가 결국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동생을 죽인 범인을 밝혀내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작품이었는데 제목 그대로
전혀 드러나지 않던 범인을 수면으로 드러내기 위해 설치한 린다의 트랩이 결국은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린다 스스로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준 계기가 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