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열 여섯 살인 딸 리디아가 아침 식사에 나타나지 않아 집안을 샅샅이 찾아보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국 며칠 후에 리디아가 인근 호수에서 차디찬 시체로 발견되자 리디아의 가족들은 그녀가 도대체,

언제 집에서 사라졌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는 가운데 막내 딸 한나만이

언니 리디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어렴풋이 알아채는데...

 

갑작스런 딸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가족들의 입장에서 차근차근 밝혀나가는 이 책은

보통 가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일들이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리디아의 실종과 죽음으로 시작한 얘기는 리디아의 엄마인 메릴린과 아빠 제임스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가 되려는 열정에 가득찬 여학생 메릴린과 중국계 미국인인 제임스는

제임스가 강의를 담당한 과목에 강사와 학생으로 처음 만난다.

메릴린의 적극적인 모습에 두 사람은 곧 연인이 되고 결혼에까지 이르지만 중국인인 제임스와

의사가 되고 싶었던 메릴린의 결혼생활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아들 네스와 딸 리디아를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메릴린은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포기했던 꿈을 찾아 가출을 감행하는데...

 

보통은 리디아의 죽음이 외부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범인이 누군인지 찾아내는

추리물이 되기 쉬운데 이 책은 리디아의 집 내부에서 그녀의 죽음의 원인을 찾고 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60~70년대 미국 사회에서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훨씬 심했을 것 같다.

이 책의 제임스도 학창시절부터 학교 내에서 유일한 중국인이다 보니

거의 왕따에 가까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아이들도 똑같은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친구도 친한 이웃도 거의 없는 고립된 삶을 살게 되는데 문제는 자신의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다 보니 아이들은 부모의 엄청난 기대 속에 살게 된다.

특히 의사의 꿈을 포기하게 된 메릴린은 딸 리디아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려고 하고

엄마가 가출해서 엄마의 부재를 겪은 리디아는 엄마를 다시는 잃지 않기 위해

무조건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하다 보니 자연스레 비극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우리의 경우 특히 자식을 부모의 대리만족의 도구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아

늘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부모 입장이 아니어서 뭐라 하긴 그렇지만 자식이 진정 본인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걸 강요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안타까운 경우가 많은데 딱 이 책의 리디아네가 거기에 해당했다.

결국 리디아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그녀가 왜,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가족들은

리디아의 죽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는데 마음 한 구석이 좀 아팠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어도 우리의 수많은 가정들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요인을 잘 담아낸 듯 싶었다. 그리고 인종차별로 인해 겪는 고통도 잘 그려냈는데 왠지 작가

본인이 겪은 경험담을 잘 녹여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집안에 일어난 비극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잘 그려낸 작품이었는데 흔히 있을 수 있는 가정문제와 차별문제를 그 속에 담고 있어 여러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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