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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텅페이 삼국지 강의 - 역사보다 재미있고 소설보다 깊이 있는
위안텅페이 지음, 심규호 옮김 / 라의눈 / 2016년 8월
평점 :
삼국지는 어릴 때부터 책이나 게임, 드라마, 영화 등으로 항상 접하는 소재라 익숙하면서도
다양한 인물들의 수많은 얘기들이 담겨져 있어 아무리 봐도 지겨워지지 않는다.
최근에도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삼국지에서 배우는 인생수업'이나 제갈량의 '장원'을
통해 삼국지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갔는데, 이번에는 중국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강사 중
한 명이라는 위안텅페이가 방대한 삼국지의 내용을 51강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그래서 국내에서
여러 사람의 번역본으로 출시되고 있는 10권 짜리 삼국지를 읽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거라
기대가 되었다.
보통 삼국지하면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와 진수의 사서 '삼국지'가 대표적인데
두 책의 내용이 서로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래도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는 소설이기에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긴 했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를 위해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래도 대중에겐 소설 삼국지연의가 더 친숙하기 때문에 소설의 내용을 진실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선 소설과 사서 사이의 적절한 지점을 기준으로 얘기를 펼쳐나간다.
한나라가 망국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황건의 난을 시작으로 사마염의 진나라가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다시 삼국을 통일할 때까지의 약 100년 간의 역사를 압축해서 담아내고 있는데
그동안 우리가 알던 삼국지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내용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삼고초려'로 잘 알고 있는 유비가 제갈량을 군사로 영입하기 위해 세 번이나 직접 찾아갔다는
얘기는 이 책에선 오히려 제갈량이 직접 유비를 찾아갔다는 또 다른 버전이 있음을 소개해
뭐가 진실인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적벽대전도 흔히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능력으로 유비와 손권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선 소설에서 제갈량을 신격화한 것에 불과하고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은 주유라고 말한다. 주유의 죽음도 소설에선 제갈량에게 당한 것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그냥 병에 걸려 죽은 것일 뿐이라니 전반적으로
소설은 유비의 촉과 제갈량에 대해 과장된 내용이 상당수 있다고 생각하면 적절할 것 같았다.
소설 삼국지가 유비의 촉을 정통으로 보는 바람에 주로 제갈량이 북벌에 실패하고 죽는 시점까지는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그 이후의 역사나 내용은 솔직히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니
사마염이 중국을 다시 통일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무려 85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책이었지만 마치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편안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 삼국지의 방대한 얘기의 핵심만을 잘 정리해서
삼국지를 읽는 묘미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