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에 맞아 죽은 대학생의 죽음에 얽힌 흥미로운 미스터리

도서관의 살인 ㅣ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7월

가제가오카 도서관 서가에서 한 대학생이 책에 맞고 죽은 채 발견된다.

전날 사서들이 출입문 단속을 철저하게 했고 출입문 비밀번호를 사서들만 알고 있어

피해자인 시로미네 교스케가 어떻게 도서관에서 들어와서 죽었는지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수사진은 이전 사건에서 도움을 받은 우라조메 덴마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체육관의 살인', '수족관의 살인'으로 아야츠지 유키토와는 또 다른 관 시리즈를 선보인

아오사키 유고가 이번에는 살인의 무대로 도서관을 선택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는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괴상한 건물들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설정이라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는 극대화되지만 현실감은 확실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반면

아오사키 유고의 관 시리즈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고등학생들이라 그런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들을 배경으로 해서 훨씬 친근하고 현실감이 있는 내용을 선보였다.

학교 동아리방에서 숙식하는 애니메이션 오타쿠이면서 전교 1등을 하는 그야말로 만화 속 인물같은 우라조메 덴마가 탐정 역할을 하고 1학년 여자 탁구부원인 하카마다 유노가 조수 역할을 하는 기본 구조에

가제가오카 고등학교의 기말고사 기간이 겹치면서 학교와 도서관을 번갈아가면서 얘기가 전개된다. 도서관에서 책에 맞아 죽었다는 설정 자체가 신성한 도서관에서나 가능할 법한 사건이지만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특성상 용의자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로미네 교스케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다잉 메시지가 출입이 가능한 사서 중 한 명을 가리키자 수사진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지만

우라조메 덴마는 사건 현장에서 자신이 발견한 부러진 커터칼 조각과 가짜 피를 가지고 한 실험을

근거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인다. 한편 피해자의 사촌 동생이자

우라조메 덴마의 동급생인 시로미네 아리사 주변에 또 다른 유력 용의자인 전직 사서가 출몰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전편들을 통해 이제 친숙해진 등장인물들과의 재회는 반가웠다.

여전히 고등학생다운 풋풋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들과 학교 내에서의 미묘한 갈등과 다툼은

학원물로서의 솔솔한 재미를 맛보게 해주었는데, 특히 이 작품은 기말고사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성적에 따른 경품이 내걸리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마지막에 가제가오카 타임즈를 통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역시나 본격 미스터리답게

주어진 단서를 바탕으로 한 논리에 근거한 추리인데 한정된 인원만 출입할 수 있는 도서관에

다잉 메시지를 남긴 상태여서 과연 누가 범인일까 궁금했는데 전혀 뜻밖의 인물이 등장해서

좀 의외라 할 수 있었다. 역자 후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기 측면에서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할

여지가 있었는데 논리적으로 범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었으니 뭐라 할 건 아닌 듯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시리즈가 세 권째가 되면서 등장인물들의

사연도 하나씩 드러났는데 아버지와 다투고 가출해서 동아리방에 숙식하는 우라조메 덴마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카마다 유노가 파고들어 그 단서를 찾아냈지만 아마도 다음 작품에

가야 그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체육관을 시작으로 수족관을 거쳐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아오사키 유고의 관 시리즈도 이제 확실한 궤도에 오른 것 같은데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관으로 독자들을 찾아올지 벌써부터 각종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