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표현형 - 이기적 유전자, 그다음 이야기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기존의 유전자와 개체간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놓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책이라 진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유전자와 개체의 관계를 개체가 유전자의 생존기계로 보는 리처드 도킨스의 새로운 시선은

많은 논쟁을 불러왔지만 이젠 어느 정도 당연스러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이기적 유전자'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 본인이 자기 책 중에 꼭 읽기를

바랄 정도로 진화에 관한 그의 생각을 확실하게 담아낸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전작에서 개체를 유전자의 생존기계로 봤던 것에서 더 나아가 개체를 넘어선 확장된 표현형은 

유전자가 다른 개체에까지 손을 뻗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유전자의 강력한 힘을 잘 표현했다.

사실 전작인 '이기적 유전자'도 전문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라 쉽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소화해냈는데

이 책은 애초부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쓴 책이 아니라서 솔직히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나마 이번에 나온 전면개정판에선 번역상의 문제는 상당히 해소했다고 함에도

전문서적인 탓에 비전문가인 일반인 입장에선 꾸역꾸역 읽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지는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사례 제시는 물론 '이기적 유전자'부터 시작해서

그의 주장에 대해 공격했던 여러 학자들의 견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늘어놓았다.

확장된 표현형의 한 예로 다른 유기체를 조정하는 친숙한 사례는 뻐꾸기를 들 수 있는데,

숙주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숙주 새의 알들은 둥지밖으로 밀어내고 마치 진짜 새끼인양 위장하는

뻐꾸기의 전략은 뻐꾸기의 유전자의 생존비법이라 할 수 있지만 숙주 새의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자기 새끼도 구별하지 못하고 바보짓을 할까 하는 궁금증을 낳게 만든다.

이 책에선 '군비경쟁과 조종'이란 장에서 이에 관한 흥미로운 분석을 들려주는데,

이 책 전반에 좀 이해하기 어려운 생물들의 행동이 유전자라는 기본 단위에서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며 그 이해의 도구로 확장된 표현형이란 용어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법자 유전자 등 이 책에서도 리처드 도킨스는 흥미로운 개념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철학자인 대니얼 데닛이 쓴 후기처럼 그의 책은 단순한 과학책이 아니라 인문학적 관점에서도

여러 가지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지적 사유의 보고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이 책을 읽고 나서 제대로 이해했다는 확신이 들진 않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는 바는 파악을 한 것 같다. 개체가 아닌 유전자의 관점에서 생물의 진화와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면 분명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일리가 있음을 알게 될 것 같고,

세상을 보는 신선한 관점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여러 모로 가치가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