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명문이자 인기구단인 오리올스의 좌완 투수 사와무라는

낯선 남자들에게 연이어 폭행을 당한 후 모든 스포츠지 일면을 장식한다.

게다가 폭행사건의 배경에는 승부조작에 가담했기 때문이라는 고발이 나오면서

사와무라가 승부조작을 한 게 기정사실이 되고 마는데...

 

4월 1일 2016년 프로야구가 개막되어 팀당 144경기의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야구팬으로서 야구 시즌이 도래했다는 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느낌인데

그런 차에 야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작품인 이 책을 읽기에 딱 알맞은 시점이라

오랫동안 아껴두었던 이 책으로 야구 시즌의 개막을 나름 자축하기로 했다.

이 책에서 일본 최고 인기구단으로 나오는 오리올스는 당연히 요미우리 자이언츠일 것이다.

그런데 하필 요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의 구단 오리올스와 구단명이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주인공인 사와무라도 일본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의

그 사와무라여서 이름을 붙이는 단계부터 의미심장한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보통 프로야구 선수면 자기 성적이나 인기 등에 상당한 민감한 게 정상일 것인데

사와무라는 왠지 그런 부분들에 초연하고 동료 선수들과도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라

그다지 야구에 올인하는 인물이 아니었는데 난데없이 폭행 및 승부조작사건에 연루되면서

언론과 팬들의 맹비난을 받으면서 2군으로 내쫓기고 만다.

도대체 자기에게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와무라는

자신을 모함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직접 조사에 나선다. 

그동안 야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작품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구'

시마다 소지의 '최후의 일구'를 읽었는데 두 작품 모두 야구를 소재로 한 재밌는 미스터리였지만 이 책에선 프로야구 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흥미진진한 암투를 너무 리얼하게 그려내서

작가가 혹시나 선수 출신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야구 관련 참고 문헌까지 수록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작가가 야구를 연구해서 쓴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야구 경기 중에 발생하는 선수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나 분위기,

야구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들을 섬세하게 잘 담아낸 책이었다.

사와무라는 결국 오리올스의 좌완투수들이 계속 의문의 트레이드를 당한 사실을 알아내고

사건 배후에 있던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렇게 무리해서 음모를 꾸민 범인이

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모차르트를 시기한 살리에르처럼 어느 분야에서나 생존을 위해 벌이는

치열한 투쟁과 자기보다 실력이 좋은 상대에 대한 질투는 늘 있어왔던 것 같다.

자신을 향한 말도 안 되는 음모와 억울한 누명에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끝까지 자기가 승부조작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몸소 입증한 사와무라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는데 야구의 재미와 미스터리의 묘미를 절묘하게 버무려내어 야구팬이라면 흡족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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