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0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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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작품들을 내놓는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국내의 장르소설 시장도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물론 이웃 일본을 비롯해 장르소설의 위상이 상당한 외국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여러 작가들의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면 충분히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

특히 황금가지에서 꾸준히 내놓고 있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은 척박한 장르소설 시장에서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이자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해왔는데

3권4권에서 이미 만족스런 작품들을 만나봤기에 이번에 나온 5권도 기대가 되었다.

 

포문을 연 작가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도진기 작가였다.

4권에서 '악마의 증명'으로 단편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기에 이번에도 정통 본격추리물을

선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시간여행을 하는 SF스릴러를 선보였다.

제목 그대로 '시간의 뫼비우스'띠를 끝없이 반복하는 것처럼 주인공 영한은

19세에서 48세의 30년의 인생을 되풀이하게 된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 하루의 무한반복이라면 30년 동안의 삶을 반복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영한이 판사가 되어 그런지 왠지 작가 본인의 분신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하게 만들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순간들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었다.

다음으로 '네일리스트'는 네일아트라는 여자들과 친근한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 작품이었고,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는 실종된 아이가 집에 틀어박혀 사는 남자에게

납치된 걸로 생각하며 은둔하는 남자와 가족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

동화같은 구성이면서도 말 그대로 뭔가 섬뜩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얼마 전에 읽은 '악의'의 작가 정해연의 작품인 '누군가'는 엘레베이터에 똥을 싸놓고 간 범인과

추락사한 여자의 진실을 밝히는 관리사무소 직원과 형사 커플의 코믹발랄한 얘기를,

'해무'는 딱 전설의 고향같은 스타일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여자의 한이 서린 오싹한 작품이었는데

딱 한국형 공포소설이라 할 수 있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대사가 연상되는 '라면 먹고 갈래요?'에선 살벌한 킬러들의 대결이 벌어지는

가운데 싹트는 로맨스가 묘하게 대조되는 작품이었고, '죽음의 신부'는 10년 전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았던 여자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렇게 밤은 온다'는 시골 면서기인 여자가 전과자인

악성 민원인과 만나 겪게 되는 악몽을 담고 있는데 낯선 타인에 대한 공포를 여실히 드러냈다.

'검은 학 날아오르다'는 유일하게 역사물이었는데 조선의 비장의 무기 비차를 둘러싼 배신과

배신을 거듭하는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려냈고, '충분히 예뻐'는 여자를 납치한 어설픈 납치범이

겪는 해프닝을 나름 코믹하게 담아냈다.

총 10편의 단편들이 각기 다른 개성들로 무장해서 그야말로 골라 먹는 재미를 맛보게 해주었는데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본격 추리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암튼 여전히 장르문학의 토대가 굳건하지 않은 우리 소설 시장에서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은

여러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유망한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들을 계속 만나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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