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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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개인주의 사회가 되다 보니 자신과는 상관없는 남의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져서 자기 살기도 바빠 어떻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예전의 사람들 사이의 끈끈한 정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요즘이 인간미가 없는 메마른 세상이라고 한탄하곤 한다.

이런 세태를 풍자하는 작품들도 간간히 만나볼 수가 있었는데 이 책은 대놓고 제목부터 '남의

일'이라고 해서 뭔가 높은 수위의 얘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강렬한 얘기들이 쏟아졌다.


포문을 연 '남의 일'은 교통사고가 난 사고현장에서 구조를 해주기는커녕 피해자를 조롱하는

남자가 등장해서 그야말로 남의 일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자식 해체'는 일본에서 크게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히키코모리가 가족 해체에 이른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었다.

'딱 한 입에'는 딸을 유괴한 범인이 딸의 부모들에게 주는 충격적인 음식이 정말 엽기적이었는데

정말 딱 한 입에 음식의 정체를 파악한 딸의 아버지가 더 소름 끼쳤다.

이렇게 상식적인 관점에서 예측가능한 행동을 훌쩍 넘어서는 일탈적인 행동이 자연스레 벌어졌는데

한 마디로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제대로 보여준다.

'정년 기일'은 고령화시대, 청년실업이 일상화된 요즘에 딱 맞춤형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츠츠이 야스타카의 '인구조절구역'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년퇴직하는 날 퇴직자에게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고스란히 폭발시켜고,

65세 이상의 노인에겐 각종 혜택이 아닌 오히려 온갖 부담을 전가시키는 역발상의 전형을 보여주었는데

이런 상황이면 퇴직하기만을 벼르고 있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과연 퇴직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쓴 바비큐'도 남의 일에 무관심하려다가 자기 일이 되어 버린 가족의 불행을 보면서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가는 언젠가는 자신이 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뼈 아픈 교훈을 남겨주었다.

'레저레는 무서워'는 한층 진화한 학생들의 섬뜩한 행동들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다윈과 베트남 수박'은 변태나 호모들 세계에서 똥구멍에서 무엇이 나왔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다윈상이란 코믹한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인간 실격'에서도 정말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얘기가 나오는데,

자살하려는 여자를 설득해 자살을 막을 것처럼 굴던 남자가 사실은 여자를 가지고 내기를 했던

말 그대로 인간 이하의 행동의 극치를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단편들은 전형적인 이야미스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다.

무더위에 서늘한 기분을 느끼게 해줘서 조금은 더위를 식혀주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불쾌한 장면들을 보고 났을 때의 꺼림칙한 여운이 남았다.

유쾌하지 않았지만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흥미진진한 상상의 나래를 잘 펼쳐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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