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화, 모르는 이야기 -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동화 50
김남규 지음, 민아원 그림 / 슬로래빗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이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가끔씩 떠오를 때가 있는데

왠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그야말로 동화 속의 얘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권선징악의 교훈적인 얘기들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 불편하고,

동화가 주는 환상을 믿기엔 내가 그다지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삐딱한 시선으로 비판적이기

딱 쉬운데,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동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들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기존에 알고 있던 동화들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먼저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겨울왕국'에선 여름을 꿈꾸는 눈사람 올라프의 얘기를 다룬다.

자신이 녹아 없어지는 불가능한 꿈을 꾸는 눈사람에게 주목하는 것 자체가

주인공들만 조명받는 동화 속 세상과는 다른 시선이라 할 수 있었다.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동화 '어린 왕자'에선 장미를 보호하기 위해 씌워 놓은 유리관이

오히려 장미를 해칠 수 있음을 깨닫는 장면을 보여준다.

자기가 존경하던 화가 루벤스의 그림 아래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네로의 얘기를 다룬

'플란다스의 개'에선 네로가 단 한 번의 실패로 너무 쉽게 포기했다고 오히려 네로를 질책한다.

'양치기 소년'도 오히려 양치기 소년이 영악한 늑대의 함정에 빠져

마을 사람들의 오해를 받은 것일 수도 있으니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교훈이 아닌

상대방을 한 번 더 믿어주라는 엉뚱한 결론을 도출해낸다.

'백설공주'에선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하던 계모 마녀의 노력이

사실 백설공주를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을 거란 기발한 상상을 한다.

계모는 사실 두 번째로 예쁜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백설공주를 죽여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것인데 동화를 색다르게 해석하는 저자의 능력은 탁월한 것 같았다.

재능보다는 노력이 중요하단 교훈을 줬던 '토끼와 거북이' 얘기는 다시 달리기 시합을 했다면 절대

토끼가 방심하지 않았을 거란 말로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 역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함을 보여줬다.

'개미와 베짱이' 얘기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맘껏 해보고 죽은 베짱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미루고 행복하지 못한 개미보다 결코 불행한 게 아니었다는 정반대의 해석을,

'은혜 갚은 까치'도 구렁이 입장에선 불의에 남편을 잃고 정말 억울했음을 깨닫게 해줬다.

보통 동화가 선악의 극명적인 대비로 한쪽만 옳고 한쪽은 나쁘다는 식의 흑백논리를 보여주기 쉬운데

이 책에선 악당으로 여겨지던 자들의 편에 서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면이 보임을 알려줬다.

유리구두의 주인공이 되어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모든 여자의 로망인 '신데렐라'도

자신에게 차례가 오기 전에 엉뚱한 여자의 발에 맞아 기회를 놓쳤다는 새로운 얘기로 탈바꿈시켜

기회를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줬고,

'선녀와 나무꾼' 얘기도 선녀가 아이를 둘이나 낳고도 날개옷을 받자마자 하늘로 돌아가버린 이유가

자신이 무작위로 선택되었다는 점이라는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사실 나무꾼은 선녀인 게 중요했지 선녀 중 누구인지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재력이니 외모니 조건만 따지는 남녀관계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같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면 꼭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 관계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선녀와 나무꾼' 얘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 실린 여러 동화의 새로운 버전을 통해

그동안 알고 있던 동화들이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린 어린 시절 동화를 읽으며 그 속에 담긴 교훈적인 얘기들을 통해 많은 걸 깨닫고 바르게 생활

하라고만 배웠지 이 책의 저자가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 동화를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천편일률적인 기계적인 시각은 동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상력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을 키우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데 이 책을 통해 역시 동화뿐만 아니라 세상도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리 보일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동화를 바라봐서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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