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 등장하는 대표 군사 34명을 통해 본 군사의 의미

삼국지 군사 34선 - 허소, 곽가, 노숙, 육손, 사마의, 천하통일을 이끈 책사들 ㅣ 마니아를 위한 삼국지 시리즈
와타나베 요시히로 지음, 조영렬 옮김 / 서책 / 2014년 11월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들의 활약상이 담겨져 있다. 조조, 유비, 손권의 삼국의 군주를 비롯해서

관우, 장비, 제갈량, 사마의, 주유 등 각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대결과

극적인 장면들이 가득해서 인생의 교과서로 삼기에 적절한 책으로 손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각국의 군사들의 지략대결이 항상 인상적이었다.

특히 적벽대전에서의 활약상 등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전략은 늘 감탄을 자아내곤 했는데

이 책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군사 34명을 엄선해서 과연 누가 34명 안에 선발되었는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34명을 크게 삼국의 정립 이전의 군사의 탄생기, 조조, 유비, 손권의 삼국의 대표 군사와

마지막으로 중국을 통일한 서진의 군사로 구분하여 싣고 있다. 

시중에 여러 판본으로 나온 소설 삼국지를 10권으로 제대로 읽은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게임 등을 통해 나름 삼국지를 많이 접해서 

왠만한 인물은 거의 다 알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내가 모르는 인물이 너무 많았다.

특히 '군사의 탄생'에 나온 곽태, 허소 등과 삼국시대 이후 서진시대에 등장한 왕숙, 완적, 혜강,

두예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예상한 것과는 낯선 인물들이 많아 좀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 정의하는 군사는 흔히 알고 있는 군주의 전략 참모 이상의 '명사'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군사라는 직책도 전쟁에서의 참모 역할 이상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라

아무나 임명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는데 주로 명사 중에서 임명되었다.

하지만 명사들은 단순히 군주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명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기에 종종 군주에 맞서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독재자 스타일의 절대군주였던 조조에게도 핵심참모였던 순욱이 반기를 들었고,

손권은 늘 장소와 힘겨루기를 해야 했다.

심지어 유비도 법정을 중용하면서 제갈량과 신경전을 벌였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그만큼 군주와 명사 출신의 군사와는 미묘한 애증관계에 있었다.

이는 조선시대에 왕권과 신권의 다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왕권을 강화하려는 군주들과 유교를 바탕으로 한 명분의 정치를 내세운

군사들의 갈등이 생각보다 훨씬 첨예하게 대립된 시대였다.

지역별로 형성된 명사집단이 인적 네트워크를 이뤄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내었는데 어디 출신이냐에

따른 세력간의 알력 등을 비롯해 그동안 잘 몰랐던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관계와

내가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인 조조, 유비, 손권 이후의 역사와 인물들에 대해 잘 정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방대한 삼국지의 군사들을 모두 정리할 순 없지만 명사집단 출신의 군사와

군주와의 역학관계 및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등 큰 줄기를 살펴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