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아이 - 하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상권에서 어렴풋이 느껴졌던 세 사람의 비밀이 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료헤이가 왜 지라프란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지, 쇼이치로가 왜 모울이 되었는지,

무엇보다 루핀이란 별명이 붙게 된 유키에게 정말 끔찍한 사연이 있음을 알려준다.

묘진산의 숲에서 세 사람이 그동안 혼자 꽁꽁 숨겨왔던 아픔을 서로에게 고백하면서

동병상련정을 나눈 이후 그들은 유키를 위해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유키를 괴롭힌 악마를 이 세상에서 영원히 제거하기로 한 것.

그것도 유키가 구원받기 위해 꼭 오르고 싶어했던 바로 그 산에서 말이다.

결국 거사의 날이 밝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유키는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지만

끔찍한 기억에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아동학대라는 고통스런 어린 시절을 가진 세 사람은 성장해서도 그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각자 간호사, 변호사, 형사로 번듯하게 성인으로 성장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를 학대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간신히 버티면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유키의 주위를 맴돌던 쇼이치로와 료헤이를 다시 만나게 되고

유키의 동생이 참담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간신히 봉인해왔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다.

다시 그들에게 비극이 닥치기 시작하고 그동안 마주하기 싫었던 진실에 마주한 그들.

드디어 오랫동안 자신들을 괴롭혀왔던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하게 되는데...

 

상처받은 세 사람의 인생여정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정말 부모 잘못 만난 죄로 몸과 맘이 만신창이가 된 채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

바로 이들의 삶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자신들에겐 아무 죄가 없음에도 모든 게

자기 탓이란 죄책감을 안고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정말 아무나 부모가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자기 소유물처럼 생각하며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살아가고

폭행과 학대를 일삼는 그런 부모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소중한 인연을 제멋대로 내팽개치는 자격 없는 부모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책에 나오는 그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는데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칠곡 사건을 보면 결코 소설 속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없으니 아동학대는 단순히 가정사로

방관할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덴도 아라타의 책은 처음 읽는데 무거운 이야기를 정말 섬세한 필치로 잘 그려낸 느낌이다.

세 명의 아이들이 영원히 아이로 있을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내는 그의 능력은 확실히 인정할 만했다.

산에서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는 점에선 예전에 읽은 '마크스의 산'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는데,

루핀, 지라프, 모울과 같이 상처받은 아이들이 영원의 아이로 남지 않기를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게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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