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분의 일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혜영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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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에서 업소의 수입이 담긴 돈가방을 잃어버린 슈조는

사장인 하마에게 당할 끔찍한 일을 생각하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상황에서

허니버니의 호스티스 마리아로부터 은행을 털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래서 동생처럼 지내는 고지와 역시 금전적 어려움에 처한 업소의 단골손님 겐과 함께

은행을 털어 삼분의 일씩 나누기로 하지만 금방 분배액에 불만을 가지고 서로 다투기 시작하는데...

도둑들을 다룬 영화들은 무수히 봐 와서 익숙하지만 소설로는 그다지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은 은행털이범들의 좌충우돌을 코믹하게 그려내면서도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다툼과 배신,

그리고 예상외의 반전을 스릴 넘치는 얘기로 그려냈다.

은행강도 직후의 상황과 일주일 전 상황을 번갈아가면서 은행강도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진행해 왔는지를 보여주는데 은행강도들 사이에 분배 몫을 가지고 다툼이 발생하면서

아슬아슬한 상황을 계속 연출한다. 사실 돈을 목적으로 임시로 만들어진 모임에서

언제 누가 배신할지 모르는 불신의 상황이 연출되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범죄를 함께 한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서로를 경계하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한편 자신이 죽었다고 하는 마리아가 화자로 등장해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하는 혼란스런

느낌도 들었는데 은행강도의 준비과정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시작한다.

은행을 털고 나서 캬바쿠라 허니버니에 모인 주범 세 명 사이에 티격태격하면서

배신을 밥 먹듯이 쉽게 하는 모습도 코믹하지만 은행강도계획의 배후에 업소 사장인 하마와

마녀로 불리는 시부가키 다미코까지 개입되어 있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몰아간다.

강도 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강도준비단계에서 있었던 일들에 의해 하나씩 진실이 드러나고

2억 엔이라는 거액을 둘러싼 물고 물리는 음모와 배신의 이중주는 짜릿한 결말을 선사한다.

영화로 말하자면 '쉘로우 그레이브'가 생각났는데(책에선 '오션스 일레븐'과 비교하지만

난 왠지 '쉘로우 그레이브'가 더 닮은 것 같다) 은행강도를 둘러싼 치밀한 구성과

개성 만점인 캐릭터들이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이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점에서 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았다.

범죄를 통해 한 방으로 인생을 역전하겠다는 등장인물들의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계략과 결단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위험을 감수하고도 목적을 이루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책으로 보여줬던 재미를 과연 얼마나 담아냈는지 궁금해서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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