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력서 - 오만불손한 지배자들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이정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저자의 책 중 '위대한 패배자'흥미롭게 읽었기에 오만불손한 지구의 지배자인

인간의 이력서를 담은 이 책도 큰 기대가 되었다. 이런 저런 역사서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 책은 인간이란 종이 지금까지 지구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

다른 책에선 보지 못한 색다른 인류의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지구와 생명의 탄생에 대한 간략한 언급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의 도입부는

얼마 전에 읽었던 '우주 속으로 걷다'를 어렴풋이 떠올리게 했다.

이후 본격적인 인간의 역사가 언급되는데, 성서로는 6천 년이라 하지만

진화론적으로는 인간이 유인원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것이 약 60만 년 전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연약하기 짝이 없던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올라서는 데는

 

불을 지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불은 다른 동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고 추위를 이기며 소화에 도움이 되었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한 자리에 모이게 하여 언어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한 인류의 선조는 전 세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는데,

앨빈 토플러가 제1의 물결이라 한 농업의 시작은 문명을 낳게 했지만

 

오히려 인간 자신에게도 노예, 전쟁, 가난 등의 폐해를 낳게 되었고

 

다른 생명들에게 끼친 폐해도 이루 말할 수 없음을 얘기하여 다른 책에선 볼 수 없던 얘기를 하였다.

칸트조차 유목생활에서 농경생활로의 변화는 평안과 평화의 시대에서 노동과 불화의 시기로

 

이행했다고 했으니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농업혁명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하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땅 따먹기를 시작으로

 

유럽 국가들의 침략이 시작된다.

그 와중에 같은 종인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학살하는 등 만행을 저지르지만 인간의 끝없는 정복욕은

남극, 북극, 에베레스트 등 지구상 구석구석을 가만두지 않고 후벼팠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철도, 증기선에 이어 비행선까지 만들어낸 인간은

 

이제 육해공에 이어 우주까지 넘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치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은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지상의 악마라 할 수 있는데,

지구를 그렇게 오염시켜놓고도 여전히 그 위에 군림하려 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지배가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굴지만 서서히 그 대가를 치를 때가 다가오고 있다.

 

환경오염이나 인구증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은 요즘 우리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어온 얘기인데, 이 책에선 너무 지구온난화의 부정적인 측면만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 온도 상승보다 대기 오염이나 수질 오염, 기아, 인종 사냥 등이 더 큰 문제임을 얘기한다.

물과 석유 등 에너지를 둘러싼 전쟁과 끊이지 않는 국지전, 테러 등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역사가 지나는 동안 인류가 거의 달성하지 못했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한 문제인데,

가난한 나라에 무작정 퍼주기를 하는 게 진정한 원조가 아닌

 

제3세계 국가들의 농업 기반을 무너뜨릴 정도로 지나치게 자국 농업을 보조하는 정책을

 

지양하는 게 더 좋은 방법임을 이 책은 알려준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소비를 해대던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위험 요인은

공룡 등을 멸종시킨 우주적 재앙이나 핵의 위험, 영화 '나는 전설이다' 등에서 그려진 바이러스의

 

위험과 환경 재앙인데 앞의 세 가지엔 마땅한 대책이 없지만 멸종하지 않고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선

그동안 지구를 맘대로 소비하기만 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지구를 보호하고 공존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우리의 후손들이 지구에 조금이라도 더 머무를 수 있음을 이 책은 잘 보여주었다.

 

 

제목은 '인간 이력서'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인간의 자기고백서라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보통 이력서는 자신의 삶을 좀 더 돋보이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인간의 추악한 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인류의 잘못된 과거에 대한 고해성사라 할 수 있었다.

 

지구의 오만불손한 지배자로만 군림하던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목을 죄고 있는 상황인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린다면 다시 출발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줬다.

조금은 산만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지만 인류의 역사를 또 다른 관점에서 흥미롭게 고찰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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