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서양문화의 원류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아직까지도 계속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그 속에 인간과 삶에 대한 정수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와 있고,

나름 신화속 얘기들에 흥미가 있어 여러 책들을 읽어봐서 왠만한 얘기는 알고 있던 중에

변화경영사상가인 구본형이 신화를 통해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신화속 얘기들을 읽을 때마다 TV에서 흔히 접하는 막장드라마가 연상되곤 했는데

어쩌면 신화는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사회적인 제약들이 등장하기 이전의 인

간 본연의 적나라한 욕망들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문명이란 이름하에 각종 교육을 받아 불편하게 느껴지는 솔직함과 진실함의 원형질의 욕망을

단순히 감추고 숨겨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그 실체를 마주하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가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너무 모르고 지내던 것이

오늘날 정체성의 혼란속에 방황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신화는 자연과 우주, 인류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그 속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판도라의 상자 얘기에서 착안하여 판도라의 마음상자에서 쏟아져 나온

스물아홉가지 인간을 괴롭히는 불행요소들을 관련된 신화와 곁들어 설명한다.

 

판도라의 마음상자에서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 것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등장하자 인간은 유한한 존재가 되었는데 크로노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주관적, 심리적 시간인 카이로스의 시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지금 이 순간에 어떻게 충실하느냐에 따라 유한한 시간을

영원불멸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의 위대함이 아닐까 싶다.

미의 여신이자 애욕의 상징인 아프로디테, 신들의 제왕이자 변화와 창조의 신 제우스,

호메로스의 두 영웅인 분노의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등 신화속에서 자주 만났던 인물들의 얘기들이

인간을 괴롭히는 여러 요소들과 함께 소개되는데 이런 요소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어야

신화속 주인공들이 겪었던 혼란이나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고

보다 현명하고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나름 왠만한 신화속 얘기는 다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얘기도 더러 있었다.

'에리직톤', 허영의 '니오베', 집착의 '카밀라', 오만의 '마르시아스' 등은

이 책에서 초면이라 할 수 있었는데, 신화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사소한(?) 잘못으로

파멸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화속 얘기가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얘기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는데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자신과 타인을 보다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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