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사랑
전경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치매에 걸린 새엄마의 유언으로 오래 전 헤어졌던 새 엄마의 딸 유란을 찾아나선 희수는

유란이 살던 집에 머물면서 주변 사람들을 통해 유란의 삶을 엿보게 되는데...

사랑에 '최소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사랑이란 게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것이라면

'최대한'과 가까우면 가깝지 '최소한'은 결코 해당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선 그 '최소한'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최소한을 지키기가 이렇게도 어려운데 왜 우리는 최대한의 욕망에 휘둘려

혼란에 빠지는 것일까'라는 문장이 바로 이 책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싶은데

가장 가깝고 서로 사랑해야 하는 가족 사이에도 최소한의 것을 지키지 못해

서로 상처를 주고 아파하며 등을 돌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희수와 새엄마, 그리고 유란의 관계도 또한 그러했다.

콩쥐 팥쥐를 비롯해 계모와 전처 자식 사이에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있는 것처럼

그려지곤 하는데 보통은 계모가 전처 자식들을 구박하는 그런 내용이 전개된다.

하지만 이 책에선 반대로 계모의 딸인 유란을

전처의 자식들인 희수 남매가 버리고 오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

자신들을 둥지에서 밀어낼지 모르는 뻐꾸기 새끼를 처치하는 거라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새엄마와 유란은 생이별을 하게 되고 유란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새엄마에 대한 마음의 빚때문에 희수는 유란의 흔적을 더듬으며

유란이 떠난 빈 자리에서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다 보니 최소한의 사랑도 하기가 힘들어졌다.

각종 정보통신기기의 발달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많아졌고

물리적 거리는 거의 사라졌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있듯 오히려 아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긴 쉽지 않은 상황인데

그래서 그런지 고통과 상처를 받은 사람은 많아도 이를 치유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 책의 희수도 최소한의 사랑을 지키지 못하다가 뒤늦게나마 유란을 찾아나서면서

잃어버렸던 것들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데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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