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전쟁 - 전쟁 테마로 새로 읽는 그리스 신화
김원익 지음 / 알렙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서양문화의 원류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와 관련해선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고

나름 관심이 있는지라 여러 책들을 읽어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늘 비슷비슷한 이름의 인물들과 복잡한 혈연관계로 헷갈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분명 유사한 내용들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도 마치 처음 접하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책은 그리스 신화를 전쟁이라는 테마에서 접근하고 있다.

 

먼저 그리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가 패권을 차지하게 되는 과정을 얘기하고 있는데

할아버지 우라노스와 아버지 크로노스가 모두 자신의 아들에 의해 권력을 빼앗긴 데 반해

제우스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무자비한 폭력과 지나친 권력욕으로 몰락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형제자매들과 자식들에게 권력을 나눠주면서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제왕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가 있었다.

 

펠리아스에게 빼앗긴 왕권을 되찾기 위해 황금 양피를 찾아 여러 영웅들과 함께

아르고 호를 타고 숱한 역경을 겪었던 이아손은 권력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롭지 못해

결국 실패한 영웅이 되고 만다. 그리스 신화 최초의 여자 영웅이었던 아탈란테도

황금 사과 때문에 여자 영웅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여자들의 무덤이라 할 수 있는

결혼 후 결국 사자로 변신당해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된다.

반면 그리스 신화 속 대표적인 완벽한 영웅인 페르세우스의 경우 그의 모험 자체가

권력욕 때문에 치르는 것이 아닌 정의의 전쟁이었기에 다른 영웅들과는 달리

오점을 남기지 않고 평화로운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헤라클레스와 리틀 헤라클레스라 불리는 테세우스의 파란만장한 모험은

너무 많은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어 헷갈릴 때가 정말 많은데

(특히 관련된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이 책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고,

저주받은 운명의 오이디푸스의 얘기로부터 비롯된 테베 전쟁과

모든 전쟁의 축소판이자 침략전쟁이었던 트로이 전쟁은 한편의 대서사시라 할 수 있었다.

트로이 전쟁 이후 집에 돌아가는데 무려 10년이나 걸린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가족의 소중함을

잘 보여준 사례였고, 마지막 아이네이아스의 모험은 다른 그리스 신화를 다룬 책들엔 잘 안 나오는 내용이었는데 로마의 건국신화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는 정의와 방어의 전쟁을 상징하는 아테나와 폭력과 살육의 전쟁을 상징하는 아레스, 두 명의 전쟁의 신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영웅들의 전쟁도 크게 정의의

전쟁과 폭력의 전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정의의 전쟁으로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 폭력의 전쟁으로 끝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리고 영웅들의 삶도 결코 순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과도한 분노나 지나친 권력욕과 애욕, 오만이 그들을 고난과 시련에 빠지게 만드는

사례들을 보면서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줬다.

이전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등을 통해 그리스 신화를 나름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전문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스 신화가 단순히 고전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에도 계속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건

역시 영웅들의 고난과 역경을 통해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란 사실을

전쟁이란 테마를 통해 잘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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