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만난 영거와 리틀모어는 마침 월 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현장을 통제하고 환자들을 치료하던 중 영거가 데리고 온

콜레트와 그녀의 동생이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전작인
'살인의 해석' 에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융을 등장시켜

심리학과 추리소설이 만나는 멋진 팩션을 선보였던 제드 러벤펠드가 이번에는

그의 전공인 프로이트에 노벨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대표 여성 과학자

퀴리 부인을 등장시켜 또 다른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주었다.

워낙 유명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프로이트나 퀴리 부인이 주인공일 거라 착각하기 쉽지만  

이 책의 기본적인 소재는 1920년 9월 16일에 실제 발생했던 월 가의 폭탄테러이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끝내 밝혀지지 않고 영구미제로 남겨진 사건이지만

당시 미국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9.11.테러에 버금가는 사건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실제 미스터리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실제 인물들의 실화와 작가의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는데 여기에 프로이트의 '죽음본능'이론과 퀴리 부인의 라듐 발견까지  

하나의 얘기로 엮었으니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전작에선 영거가 화자였지만 이 책에선 영거와 리틀모어를 동일한 시점에서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영거가 정신분석학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어 보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다룬 게 아닌가 싶은데  

전작에서 세월이 한참 지나다 보니 주인공들의 상태도 많이 변했다.  

리틀모어는 반장으로 승진해 많은 아이들을 거느린 가장이 되었고 영거도 자신이 치료했던 노라와  

결혼에 골인했지만 예민했던 노라가 그의 불륜을 의심하다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영거는 자원 입대하여 유럽 전선에 파견되는데  

거기서 엑스선 장치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콜레트를 만나게 된다.

 

월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의 진실을 밝히려는 리틀모어와 콜레트를 납치하려는 악당에 맞서  

그녀를 지키려는 영거. 이 두 남자가 정체불명의 세력과 펼치는 치열한 사투는 결국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로 귀결되는데 그 와중에 영거와 콜레트의 유럽을 무대로 펼치는 목숨을 건 사랑 싸움(?)과  

콜레트와 실어증에 걸린 그녀의 동생의 비밀, 미국 재무부의 금괴 도난사건과 거기에 얽힌 엄청난  

음모(왠지 이라크전이 떠오른 게 왜일까?ㅋ), 엄청난 힘을 가진 라듐과 이를 정반대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집단들까지 한 권의 책 속에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역사적 진실과 잘 버무려 낸  

작가의 역량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프로이트의 죽음본능 이론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결코 쉬운 이론 같지는 않지만  

삶에 대한 본능만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된 것만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첫 작품의 성공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멋진 팩션을 써낸 저자는 예일대 법대 교수이기도 해서  

너무 많은 재능을 가지게 아닌가 하는 질투가 나기도 한다(게다가 사진을 보면 미남이기까지 하다ㅋ).  

개인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을 상당히 부러워하는데 모짜르트를 시기한 살리에르가 되어도 좋으니

나도 언젠가 괜찮은 작품을 하나 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능력이 안 받쳐줄 것 같다.  

당분간은 독자로서의 즐거움을 맛보는데 만족을 해야할 것 같은데  

제드 러벤펠드가 영거와 리틀모어,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프로이트가 등장하는  

새로운 작품을 들고 조만간 다시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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