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아케노 데루하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엑스트라, 탤런트, 스태프의 이니셜을 딴 <ETS>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사업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눈부신 외모로 남자들과도 쿨한(?) 관계를 유지하던 아소 도코는  

자신과는 정반대인 내성적이고 평범한 히사에라는 여동생(?)과의 어색한 동거생활을 하던 중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멋진 남자 료스케를 만나 한 눈에 반하게 되고  

그런 도코의 모습에 히사에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도코와 히사에라는 두 명의 여자의 묘한 관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여러 부조리한 측면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범죄와 범인,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라는 큰 골격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형식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일종의 사회파 추리소설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는데

두 여자가 펼치는 대결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였다.

겉으로는 잘 나가는 사업가지만 도코가 하는 사업은

의뢰인이 요구하는 상황을 연출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일종의 사기를 치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부적절한 사업을 하는 도코는 그야말로 현대 사회가 낳은 물질적 욕망의 화신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도코보다 더 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도코가 하는 일쯤이야  

별개 아니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물질만능주의의 폐해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여러 모습을 가진 팔색조 같은 인물이 바로 도코라 할 수 있었다. 

 

한편 히사에는 반대로 사회부적응자라는 또 다른 일그러진 측면을 잘 보여주었다.  

사귀던 남자를 회사 후배에게 뺏기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코에게 빌붙어(?) 사는 히사에는  

히키코모리 등 심리적인 불안증세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하는데 도코를 숭배(?)하다 보니  

도코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한 안쓰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도코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던 히사에는 도코에게 료스케라는 사랑하는 남자가 생겨  

자신을 버리려고 하자 갈고 닦은 약에 대한 지식으로 반격을 시작한다.

 

도코와 히사에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를 보고 있으니 영화 '위험한 독신녀'가 떠올랐다.  

우연히 받아들인 룸메이트 때문에 겪는 끔찍한 일들을 그린 영화였는데  

그 영화에서도 룸메이트로 들어온 여자가 주인공을 질투하며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이 작품 속의 히사에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영화에선 주인공이 완전한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반면  

이 작품에서 도코는 그런 빌미를 제공하는 가해자 측면이 있다는 점이 좀 다를 것이다.

 

그 밖에도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의 외로운 마음을 이용하는 부분이나

이 책의 제목처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자신을 삶을 완전히 세탁하여  

무관심과 익명성 속에서 일그러진 욕망을 추구하는 모습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잘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코와 히사에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대결과

마지막 반전까지 몰입도가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갈 뻔하다  

씁쓸한 결말로 끝나 더욱 긴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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