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TV에서 보던 맥가이버 등의 미드에 푹 빠져지내다가 미드를 한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몇년 전부터 미드 열풍이 불면서 찾아본 프리즌 브레이크나 CSI 등이 딱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드라마여서 우리의 막장 드라마에 질린 내겐 신선한 충격이라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좀 시들해져서 특별히 찾아보는 미드는 없는데(미드보단 일드에 관심이 생겼는데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아 꾹 참고 있다. ㅋ) 미드의 장점은 우리의 드라마에 비하면
다양한 장르와 기발한 설정의 드라마가 많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미드에 나오는 내용을 소재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지만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CSI 등 과학수사를 표방하는 미드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냥 재미로 지나쳤던 장면들에 담겨진 과학적 의미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CSI 라스베가스나 프리즌 브레이크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 내용은
예전에 봤던 장면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더 쉽게 와닿았는데
그 중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스코필드가 탈옥을 위해 온 몸에 새긴 문신을 소재로
문신을 새기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이나
의무실에 출입하기 위해 항인슐린제를 사용해 당뇨병 환자인 것처럼 가장한 것을 소재로
당뇨병의 실체를 쉽게 설명한 부분, 잠수부 복장을 한 채 나무에 걸려 죽어 있던 사건을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리섬 반장이 유일하게(?) 범인 체포에
실패한 사건을 통해 사람마다 모두 다른 지문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인체의 미스터리와 숨어 있는 화학, 현대 과학의 치명적인 유혹의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적혈구, 혈액형과 수혈 등 학창시절 생물시간 등을 통해 배운 내용도 담겨 있었고,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플루나 트랜스지방, 존엄사, 사이코패스 등
시사적인 문제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편 사고로 성기를 잃은 후 여자아이로 키워진 사례(얼마 전에 읽은 '모자란 남자들'을 복습할 수
있었다)나 총격으로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생존해 각종 인체 실험의 대상이 되어 의학
발달에 공헌한 사례 등을 통해 과학이 어렵기만 한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드가 많이 소개되었는데
크리미널 마인드, 본즈, 성범죄 수사대 SVU, 덱스터 등 이름은 들어봤지만 본 적은 없는 미드들을
많이 소개받는 기회도 되었다. (보고 싶은 미드가 많이 생긴 게 좋은 일인지는...ㅋ)
학창시절에 과학을 좋아하진 않았는데 이 책처럼 흥미로운 소재로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면
훨씬 과학을 좋아하고 잘했을 것 같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게 하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런 방법을 잘 보여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