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남자들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상당히 도발적인(?) 이 책은 마치 페미니스트가 쓴 책처럼 보이지만

예전에 읽었던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썼던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생물학의 관점에서

과연 어느 성이 먼저 출현했으며 성을 결정짓는 법칙은 무엇인지에 대해 쉬운 예를 들며 소개하고 있다.

 

성경에서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듯이 여자의 존재가 남자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물론 요즘 현실을 보면 정반대가 아닐까 싶다. ㅋ)  

이 책에선 생명의 기본사양이 여성임을 주장하고 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된 후 7주가 지날 때까진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없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여성의 생식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Y염색체의 남성을 결정짓는 SRY 유전자가 작동을 하면 질, 자궁, 난관으로 변하는  

뮐러관의 발달이 억제되고 울프관이 정관으로 발달하며 대음순이 될 부분이 음낭으로,  

소음순이 될 부분이 페니스로 변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물의 기본사양은 여성인데 거기에 주문 생산(?)을 한 것이 남성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여성은 배설을 위한 관과 생식을 위한 관이 명백히 구분되어 있는데 반해

남성은 배설과 생식이 같은 관을 통해 이루어진다.

저자의 이런 견해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남성과 여성이 결정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어서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물론 여성이 생명을 낳는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생명의 기본사양이 여성인데 이를 억지로(?) 주문 생산한 것이 남성이며, 

주문 생산에 따른 부정합과 오류가 있는 생물학적으로 '모자란 여자'가 바로 남자라는 얘기에

이성적으로는 공감이 가면서도 안 그래도 고개 숙인(?) 남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앞으로는 아마 다시 모계사회가 도래하지 않을까 싶은데

남자들은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단순한 정자의 운반자로 전락하지 않을까...ㅋㅋ)

 

남성이 단지 '모자란 여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 외에도 생명이란 것이  

시간이란 매체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 있음을 실감하지 못하는데 시간의 존재를 깨닫는 것,

즉 시간을 추월하는 순간 우리는 시간의 존재를 깨닫는다고 얘기한다.

이것을 가속각이라 하는데 모자란 남자들이 이 세상을 사는 유일한(?) 보상으로

가속각과 연결된 것이 바로 사정감이라는 것이다.

생식행위와 쾌감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진화의 필연적인 결과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가속각이라는 시간을 초월하는 감각이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기쁨이라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되는 등 생물학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이지만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인들은 유전자니 염색체니 하는 얘기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은 쉬운(?) 예를 들어가면서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와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들,

특히 ZFY 유전자를 발견한 데이비드 페이지와 SRY 유전자를 발견한 굿펠로 연구진의 경쟁이  

흥미롭게 그려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생물학을 이 정도로 쉽고 재밌게 설명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비록 남자들이 '모자란 여자'라 여자에 비해 수명도 짧고 쉽게 질병에 걸리며 정신적으로도 약해  

여자들을 섬기고(?) 살아야 하는 운명이지만 나름의 존재의 이유를 발견하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아닐까 싶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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