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귀다 헤어졌던 사야카로부터 7년만에 연락을 받은 나는 사야카의 아버지가 남겨 준 유품에서 발견한  

지도와 열쇠를 가지고 사야카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는데...

 

잃어버린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나서는 옛 연인의 얘기를 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만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과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정체불명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 두 명의 남녀가 펼치는 수수께끼 풀이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초등학생 이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야카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찾기 위한 실마리로  

아버지가 남긴 지도와 열쇠를 이용해 숲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집을 찾아간다.

사실 나도 초등학생 이전의 일들은 거의 기억나는 게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그 시절엔 대부분 동네 아이들과 뛰어놀았거나  

부모들이 난감할 정도로 개구장이였다는 그런 무용담(?)을 부모나 다른 어른들로부터 전해 듣곤 한다.

정작 본인의 기억 속에는 어렴풋한 기억의 조각들만 있어 과연 그 시절에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는  

결국 내 기억이 아닌 사진 등의 객관적인 증거와 부모 등 다른 사람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도 사야카는 기억이 나지 않는 낯선 집에서 여러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하는데  

초등학생인 유스케의 일기장이 중요한 단서가 되어 이 집에 살았던 유스케 가족의 정체와  

사야카와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찾아나간다.  

집 자체가 사람이 살기에는 불편한 구조로 되어 있고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도  

최소한 수십년 전의 것이라 과연 유스케 가족이 누구인지를 밝혀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스케의 일기장을 토대로 차근차근 유스케와 그 부모들,

그리고 그들 가족에 있었던 일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논리정연하게 펼쳐지면서  

사야카도 어렴풋하게나마 조금씩 기억을 떠올리는데

결국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제목 그대로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인기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동급생'에 이어  

네 번째인데 지금까지 읽은 작품 중 어느 하나 미스터리로서의 재미가 부족한 작품이 없었다.

이 책도 어린 시절의 기억의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어찌 보면 뻔한 설정이라 할 수 있음에도  

한정된 시공간과 단 두 명의 등장인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렇지만 누구나 좋았던 기억이 있는가 하면 나빴던 기억도 있다.

특히 나쁜 기억은 요즘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될 정도로 그 사람의 내면에 잠재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괴로움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사야카처럼 아예 기억상실(?) 내지 기억조차 못한다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끔찍했던 기억들이 불쑥 불쑥 떠올라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그런 트라우마는 어떻게 해서든 치유해야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옛날에 살았던 집들에 대한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중에 언젠가 내가 어릴 때 살았던 동네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시기를 좀 더 당겨야 할 것 같다.  

잃어버린(?) 기억 속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이 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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