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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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있었던 가장 큰 사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을 것 같지만  

역시 나라 전체를 뒤흔든 촛불시위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협상 결과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된 촛불시위는  

정부와의 소통 문제를 넘어서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변해갔다.  

수많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로 불타올라 한반도를 밝게 비추었던 촛불의 기억이  

어느새 과거의 일로 희미해질 무렵 처음 촛불이 타오른 순간부터 촛불이 꺼지기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함께 담은 이 책은 촛불시위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촛불의 시작은 학교자율화 조치에 대한 여중고생들의 집회였다.

학생들의 문화제 형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촛불시위는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협상 타결 결과가  

알려지면서 일반 시민들이 참가하는 집회의 성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MBC의 PD수첩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국민들의 광우병 공포는 극에 달했고 쇠고기 재협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국민들의 주장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더욱 분노한 국민들은 삼삼오오 거리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작년 내내 한반도를 뒤흔들며 국민들의 힘을 보여주었다.  

국민들과 정부는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정부가 쇠고기 추가협상이란 카드로 겨우 성난 민심을 진정시켜 촛불시위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촛불시위를 통해 가장 대두된 과제는 대의민주주의의 병폐랄까 무기력함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잘못되었다면 당연히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기관인 국회가  

이를 추궁하고 시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그야말로 식물국회라 할 수 있었다.

여대야소라는 사실상의 한계도 있었지만 야당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결국 참다 못한 국민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 바로 촛불시위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것은 직접민주주의에 비해 시간적, 물리적인 비용소모를 줄이고 

전문성 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해서 정책을 결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표자들을 통해서 이를 행하는데 대표자들이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거나 대변할 생각이

없는 경우엔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우리 대의기관들의 후진성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촛불시위를 겪으면서 대의기관인 정부와 국회 등은 뼈저린 반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어야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하다.  

그렇다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촛불시위를 하는 건 그야말로 국력의 낭비이자 소모라 할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추방과 탈주'에서는 촛불시위에 그치지 않고 뭔가 혁명적인 개혁이 행해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일응 동감하는 면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존의 제도로서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안 그래도 불황으로 인해 모두들 힘든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들이 국민들을 걱정시키니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촛불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무기력한 대의기관들에 답답함을 느낄 뿐이다.

 

촛불시위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사진과 함께 담아낸 이 책은  

그야말로 촛불시위의 생생한 기록이라 할 만 했다.  

하지만 깊이 있는 분석과 앞으로의 개선방향 등을 제시하는 데는 미비했고,  

아무래도 참여연대 등 특정 시민단체 인사 등이 주도가 되어 만든 책이어서  

다양한 관점이나 시각을 담아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작년 봄과 여름을 환하게 밝혔던 촛불의 기억을 다시 되살리면서 우리의 민주주의와  

보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책이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촛불시위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시켜 준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추방과 탈주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작년 촛불시위에 참가했거나 그때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뭐니 뭐니 해도 기록의 목적은 망각을 피하자는 것이곘지요. 

기록 작업의 또 다른 목적은 '기억의 낭만화'를 피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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