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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과 탈주 트랜스 소시올로지 2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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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불황과 신자유주의의 팽배로 인한 대규모 실업사태와

비규정직 양산으로 국민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개인과 가정의 위기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와 실용주의로 무장한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국민들은 국가의 보호로부터 추방당해 주변으로 내몰린 상태라 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권력과 법으로부터 탈주하는 대중들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가의 국민 추방과 이에 반격하여

국가로부터의 탈주를 선택한 국민들의 모습을 담아 내며

이런 불안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얘기하고 있다.

요즘 많은 국민들이 사회안전망의 붕괴로 인해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불안한 상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국민이지만 국가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비국민 혹은 내부 난민들의 증가는  

결국 사회 전체의 불안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이 사태가 어디로까지 치달을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각종 위기론이 정말 기우라면 좋겠지만 대중들이 느끼는 위기는  

이미 이를 감내하기가 힘든 한계 상황에 치달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방통행인 정부와 맘을 돌린 국민간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작년 전국을 휩쓸었던 대규모 촛불시위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서 시작되어 87년 6. 10 항쟁을 능가하는 규모로 확대된  

국민들의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 할 수 있었다.

저자의 표현대로 데모스 없는 데모크라시가 만연해지자 국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비록 중간에 사제들의 등장으로 인해 촛불의 열기는 수그러들었지만 촛불시위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집단적 소통의 모습은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진정한 권력자로서 국민의 힘을 되찾고,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구현케 할 실마리를 보여 주었다.  

저자는 이에 더 나아가 '향기나는 전쟁'을 통한 대중 혁명에 이르지 못한 점을 아쉬워 하고 있다.  

여기서 혁명이라는 게 정부의 전복 등을 의미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았던 정부와 국민간의 대결이 사제들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어디까지 갔을지는 정말 알 수 없다.    

 

한편 저자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살아있는 지식인의 모습을 강조한다.

학문을 위한 학문을 하는 지식인이나 아카데미 캐피탈리즘이라 할 수 있는 상업화된 학문도 아닌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그런 학문을 하는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지식과 행동이 괴리된 무늬만 지식인인 경우가 많다.

많은 것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자신이 배운 바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지식인은 드물다.

현실과 괴리된 말장난도 아닌, 그렇다고 지나치게 돈이 되는 지식만을 추구하는 속세적인 지식도 아닌  

앎을 통해 삶을 창출하는 현장인문학의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앎을 실천하기 위해 새만금 개발 중단, 평택 미군기지 이전, 한미 FTA 반대 등을 주장하며  

대중지성 프로젝트와 시민지식네트워크를 통한 독서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코뮨주의를 선언하는데 너무 이상화된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은 누구나 희망하는 바이지만 그 방법론으로 자본주의 화폐경제에

반대한다는 주장 등은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가 지향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지구를 통째로 바꾸어야 하는 것인데  

그게 과연 가능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치 맑스와 엥겔스가 유토피아로 생각했던 공산주의의 세상이 연상된다.  

하지만 공산주의 실험은 처절히 실패하고 말았다. 저자가 말하는 코뮨주의 실험은 이상적일진

몰라도 실현가능성이나 그런 실험을 하면서 치러야 하는 대가를 생각하면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추방과 탈주가 일어나는 요즘의 궁극적인 해법으로는 그다지 적절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럼에도 추방과 탈주가 일어나는 요즘에 적절한 문제제기와 논의를 이끌어 내면서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을 제시한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국민을 국가의 주변으로 내몰고, 스스로 국가를 탈주하게 만드는 정부에게는 분명 따끔한 충고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지식과 행동이 괴리된 상태면서 지식인을 자처하는 수많은 자칭 배운 사람들을  

뜨끔하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던 책이었다.   

 

o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추방과 탈주가 만연해진 요즘에 대한 문제제기와 진정한 지식인상을 제시한 점

o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코뮨주의 선언


o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은 사람들

o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생각'은 갖는 게 아니라 '낳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하며 산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몇 가지 선택지 중에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다. 

  생각하는 힘은 삶의 길을 선택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삶의 길을 창출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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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5:06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