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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술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던 나오미는 일단 본점에 미술관이 있는 백화점에 취직하지만 원하는
곳으로는 발령이 나지 않고 외판부에서 주로 VIP 고객들을 상대하게 된다. 오랜만에 대학 동창이자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된 가나코와 약속을 했다가 가나코로부터 갑작스런 취소 문자를 받게 된 나오미는
가나코의 집을 불시에 방문하고 가나코가 폭행당한 흔적을 보게 되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활약상을 그린 '인 더풀',
'공중그네' 등으로 입문했던 오쿠다 히데오는 한때 가장 즐겨 읽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이었는데 확인해
보니 마지막으로 읽은 그의 책이 2015년에 읽은 '마돈나'여서 무려 10년만이다. 사실 이 책도 특별히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회사 도서실에 있는 책 중에서 뭘 빌릴까 고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 중에 나름 평이 좋아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제목 그대로 대학 동창생인 여자 친구 두 명이 주인공인
이 책은 가정폭력을 당하던 가나코를 구하기 위해 나오미가 특별한 계획을 세우면서 얘기가 전개된다.
나오미는 가나코에게 남편과의 이혼을 권유하지만 그러면 남편이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죽일지도
모른다며 이미 체념상태인 가나코를 위해 남편을 제거하는 계획을 세우는데 마침 우연히 알게 된
가나코의 남편을 너무나 닮은 중국인 남자의 등장이 계획 실현에 결정적인 동력이 된다. 주저하던
가나코도 중국인 남자를 직접 보고 난 후 나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나오미가 주고하는 계획에
동참하고 드디어 두 사람은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던 남자가 사라지게 되면서
회사에서부터 남자를 찾기 시작하고 가나코는 모르쇠 작전으로 나가지만 완전범죄로 만들어 줄 걸로
알았던 완벽한 계획은 사실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었다. 오로지 남편과 닮은 남자를 이용하는
부분에만 치중한 나머지 너무 안이하고 낙관적으로만 생각했던 두 사람은 다시는 일본에 돌아오지
않겠다던 중국인 남자가 다시 나타나면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게다가 오빠의 실종에 올케를 의심하던
시누이의 집요한 추적으로 두 사람의 음모가 거의 드러나고 두 여자는 이제 필사의 도주를 시도한다.
예전에 읽었던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도 연상되는 책이었는데 가정폭력범을 제거한 두 여자의 범행이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과 이에 대처하면서 점점 궁지로 내몰리는 두 여자의 안쓰러운 모습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마지막 두 여자의 필사의 도주극이 압권이었는데 살인을 저지른 공범이지만 두 여자의
도주가 성공하기를 내심 기대하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이 좋은 책이었다. 약 10년만의 오쿠다 히데오와의
재회였지만 여전한 그의 유쾌한 필력이 다시 그의 책들을 찾아보고 싶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