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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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를 모두 읽고 나니 이제 뭘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아직 보지 못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여럿 있어 그중에서 이 책을 골랐다. 책 제목은 영화 '카라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잉글리드 버그만에게 했던 대사여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로맨스에 도전했냐 싶더니

'외사랑' 때처럼 제목에 좀 낚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총 9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의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은 그리 많이 만나보진 못했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먼저 '새해 첫날의 결심'은 새해를 맞아 신사에 갔던 부부가 속옷 차림으로 쓰러진

군수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담고 있다. 드러나는 진실은 좀 황당했지만 극단적인 결심을 했던

부부가 저런 인간들도 사는데 우리도 살아야겠다는 삶의 용기를 되찾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범죄자들이 큰소리 치는 세상이다 보니 점점 뻔뻔한 인간들이 늘어나지만 오히려 그런 인간들을 보며

의도하지 않은 위안(?)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10년 만의 발렌타인데이'도 제목만 보면 로맨틱한

얘기인가 싶지만 뒤로 갈수록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는 흥미로운 얘기였다.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

마쓰리'는 딸을 명문가에 시집보내야 하는 아빠의 걱정이 죽은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는 얘기였고, 책 제목인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앞서 본 '10년 만의 발렌타인데이'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렌털 베이비'는 로봇 아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그렸고 '고장 난 시계'는 완전범죄를 꿈꾸다

오히려 자기 꾀에 당하고 마는 범인의 허탈한 얘기를, '사파이어의 기적'은 파란색의 페르시아 고양이에 

얽힌 흥미진진한 사연을 들려준다.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고장 난 시계'처럼 완전범죄를 계획하다

오히려 자기가 놓은 덫에 빠져 꼼짝달싹 못하게 되는 범인의 얘기를, 마지막 '수정 염주'는 딱 한 번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집안의 가보 '수정 염주'를 죽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으면서 깨닫게 되는

부정을 담아냈다. 9편의 단편들이 모두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여 

그야말로 다양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들을 골라 먹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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