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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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근무 후 은퇴할 예정인 런던 경찰청의 오스틴 그랜트 총경은 로마 숫자를 순서대로 새긴 

피살자가 세 명째 나오자 과연 은퇴 전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한다. 피해자인 옥스퍼드대 

교수, 이스트 엔드 예술가, 퇴물 로커 사이에 별다른 공통점을 발견하지 못해 사건이 미궁으로 빠질

것 같은 찰나 오스틴의 동생 에버렛이 연쇄살인자가 십계명에 따라 살인하는 것이 아니냐고 결정적인

힌트를 주는데... 


그동안 정말 다양한 트릭과 설정의 미스터리 작품들을 읽어봤는데 아직까지 십계명 살인사건은 들어

보지 못했다. 오래되어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전에 읽었던 엘러리 퀸의 '열흘간의 불가사의'에서도 

십계명이 활용되었던 것 같긴 한데 이 책처럼 본격적으로 십계명 살인사건을 저지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하나밖에 없는 딸 레이첼과의 사이마저 소원해져서 그야말로 삶의 낙이

없어진 오스틴 총경은 동생이 준 강력한 힌트로 네 번째 계명에 따라 일요일에도 일하는 대표적인

직종인 성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 조치를 단행한다. 다행스럽게 일요일에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아 안도하는 것도 잠시 미국 NYPD 존 프랭클 형사가 똑같은 수법의 피해자가 뉴욕에서 나왔다는

연락을 한다. 오스틴 총경은 뉴욕으로 날아가 연쇄살인범이 뉴욕까지 진출한 것을 확인하고 프랭클

형사와 공조해 범인의 행방을 추적한다. 그리고 연락도 하지 못했던 레이첼과의 만남으로 조금씩

화해 무드가 연출되지만 다섯 번째 죽음을 막지는 못한다. 언론에 십계명 연쇄살인자가 보도되기 시작

하면서 점점 곤란한 상황에 빠진 오스틴 총경은 범인이 자신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20년 전 자신이 잡아넣었다가 출소한 프라이어 실버가 떠오르자 다시 런던으로 

향하는데...


십계명으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설정도 흥미롭고 오스틴의 딸 레이첼이 죽은 엄마와 약속한

아빠에게 절대 얘기하지 않기로 한 비밀도 궁금했다. 그리고 레이첼과 프랭클 형사의 로맨스까지

더해져 상당히 많은 소소한 얘기들을 담아냈다. 레이첼과 죽은 오스틴의 아내가 숨기려 했던 비밀이

대략 드러나니까 범인이 누군지 딱 감이 왔다. 십계명 살인사건도 중간에 범인이 자살하면서 흐지부지

해지는 척 하지만 그냥 그렇게 끝날 턱이 없었고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면서

스위스 체르마트산까지 가서 결국 십계명을 완성했다. 이 책이 작가의 첫 번째 미스터리 장편소설

이라는데 미스터리 소설에 충분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마무리가 약간 아쉬운 감도 없진 않지만

오스틴과 프랭클 콤비(레이첼까지 삼총사면 금상첨화일 듯)가 활약하는 후속편을 내놓아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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