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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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났던 하워드를 오랜만에 재회한 엘러리 퀸은 종종 기억상실상태에 빠져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하워드의 초대를 받아 다시 라이츠빌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엘러리 퀸은 하워드가 양아버지 디드릭과 결혼한 샐리와 부적절한 관계이고 

하워드가 샐리에게 보낸 연애편지를 누군가가 훔쳐 가서 그들을 협박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워드와 샐리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협박범에게 돈을 전달해야 하는 난감한 임무를 맡게 된 엘러리 퀸.

그는 앞으로 닥칠 엄청난 재앙은 모른 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재앙의 거리', '폭스가의 살인'으로 시작된 라이츠빌 시리즈는

기존의 국명 시리즈나 비극 시리즈와는 뭔가 다른 느낌을 주었다.

본격 추리물에 가까웠던 전작들과는 달리 라이츠빌이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다뤄 색다른 미스터리의 묘미를 보여줬던 라이츠빌 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인데다 십계명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니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역시 뭔가 다른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계모와 양아들 사이의 불륜이라는 막장관계를 소재로 해서 좀 뜬금없는 감은 있었지만

엘러리 퀸은 어쩔 수 없이 이들의 문제에 개입하게 되는데

상황은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결코 헤어나오지 못한다.

당장 급한 문제는 돈으로 해결을 하지만 또다시 협박범이 돈을 요구하자

샐리의 목걸이를 디드릭 몰래 전당포에 맡겨 돈을 빌리는데

어이없게도 또 엘러리 퀸이 그들의 조수 노릇을 한다.

불륜 커플의 정말 한심한 작태에 일조하는 엘러리 퀸이라니

엘러리 퀸의 처지가 나락에 떨어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더 큰 문제는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한 상황이 결국 두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엘러리 퀸은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십계명과 연결해서 하루에 한 계명씩에 해당하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상상을 했었는데 전혀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등장인물들 자체가 상당히 제한된 상태라 좀 싱겁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마치 신의 장난과 같은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자존심 강한 엘러리 퀸은 막장 커플의 조수 노릇을 하더니만 결국에는 더 큰 사고를 치고 만다. 사람이 뭔가에 꽂히면 뭐든지 그쪽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 속의 엘러리 퀸이 바로 범인이

놓은 십계명 덫에 단단히 빠져서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물론 여러 가지 정황상 그런 추리가 나오기 충분한 상황이라고 위로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악마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그의 치명적인 실수라 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뻔뻔한 범인을 응징하긴 하지만 뭔가 진한 여운을 남겼다.

범인과의 정면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왠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연상시켰는데

기존에 봤던 엘러리 퀸의 작품들과는 뭔가 다른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분위기도 고전다운 매력이 넘치는 데다 종종 실수를 저질러서 조금은 인간미를 보여주던

엘러리 퀸이 이 책에선 완전히 지옥 문턱까지 갔다 오기에

완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반전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바람 잘 날 없는 라이츠빌에 또 한 번 불어닥친 재앙을 겨우 수습해낸 엘러리 퀸.

다음에는 이번의 엄청난 실수를 제대로 만회해 다시 예전의 엘러리 퀸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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